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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좀..." 죽어가던 50대 독거남성 살린 동주민센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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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좀..." 죽어가던 50대 독거남성 살린 동주민센터 직원

입력
2021.08.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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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복지업무 담당한 공무원 직감
당뇨에 뇌염까지 앓던 차상위 계층 구해

17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출동할 당시 50대 독거남성 A씨가 거주하던 집 내부 모습. 양천구청 제공.

17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출동할 당시 50대 독거남성 A씨가 거주하던 집 내부 모습. 양천구청 제공.

"50대 성인이 갑자기 주스를 달라고 한 게 이상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저소득층 주민 '한 마디'에 위험을 직감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민첩한 대응으로 죽음 문턱까지 갔던 소중한 생명을 구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양천구 신정3동주민센터 주윤홍(49) 복지건강2팀장. 지난 17일 저소득층 추가 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해 계좌번호 확인을 하던 주 팀장에게 예사롭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렵게 연결된 50대 독거남 A씨가 "주스 좀"이라고 말을 한 것이다. 20년간 복지 담당 업무를 담당했던 주 팀장은 "상담 기록을 찾아 보니, 2년 전 당뇨가 있다고 말했던 분이라 고혈당으로 인한 쇼크도 의심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 팀장은 곧장 돌봄매니저, 방문간호사와 함께 A씨 집을 찾았다.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 A씨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A씨는 "한 달 동안 식사를 못 했다"면서 심한 탈수 증세를 보였다. 급한 대로 과일주스를 건네자 A씨는 4병이나 마신 뒤 전부 토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응급조치를 한 뒤 A씨는 서울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진단 결과 A씨는 당뇨 외에 뇌염까지 앓고 있었다. 주 팀장이 A씨를 찾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주민센터에서 파악한 결과, A씨는 기초수급생활자가 아니었다. 오래 전 연락이 끊긴 동생이 자동이체로 임대주택 관리비를 내고 있어 어려움을 감지하기도 어려웠다. 다만 A씨는 '차상위 자활' 계층으로 분류돼, 이번 저소득층 추가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양천구청에서 고독사 위험이 높은 '50·60대 1인 가구' 관리 목록에도 올라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A씨였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그물망 덕을 본 것이다.

이날 이후 신정3동 돌봄SOS센터는 A씨를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섰고,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그간 A씨는 알코올중독 증세로 가족들과도 인연이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SOS센터는 A씨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과 함께 가족관계 회복을 돕고 있다. 주 팀장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잘돼 있으니, 주위 어려운 분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동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3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주윤홍(49) 복지건강2팀장.

서울 양천구 신정3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주윤홍(49) 복지건강2팀장.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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