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인권말살 행위 초래 " 美 비난
김정은, 20여 일 잠행 깨고 민생행보 재개?
"인권 고리로 美에 대화 조건 수용 압박"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반격을 시작했다. 미국이 자신들에 그토록 문제 삼던 ‘인권’이 고리다. 미군 철수로 벌써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만큼 아프간 상황을 방치한 미국이 과연 인권을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이다. 아프간 인권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져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22일 북한 외무성은 전날 소식란을 통해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며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며 긴장 격화를 초래하는 화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아프간 사태는) 주권국가들의 제도 전복과 군사ㆍ경제적 이익을 노린 국가테러행위이자 ‘인권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자행되는 아프간 인권 탄압은 당초 군대를 주둔시키며 내정에 간섭해왔던 미국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북한 입장에서 아프간 사태는 미국을 비난할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된 셈이다.
북한이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자양분 삼아 대미 공세를 강화하는 데에는 탈레반 재집권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아프간 사태는 반(反)서방세력 승리의 상징적 사건이다. 여기에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일부 동맹국에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의구심을 키워 외교적 수세에 처한 것도 한몫했다. 국제무대에서 좁기만 했던 운신의 폭에 숨통을 트일 틈새가 생겼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이 진행되는 와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동신문은 21일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건설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20여 일 만이다. 한미훈련에 대응해 예고한 도발 대신 민생 행보를 통해 체제 안정성을 부각하려는 제스처로 받아들여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권 비난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기싸움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도발보다는 민생 챙기기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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