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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이 "꼭 신고해야 해?" "웬만하면 취하해"…신뢰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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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이 "꼭 신고해야 해?" "웬만하면 취하해"…신뢰도 바닥

입력
2021.08.2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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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근로감독관 신뢰도 3.3% 그쳐
사건처리 지연·불성실 조사·합의 종용 등
"인사고과 개편 등 제도 전면 혁신 필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근로감독관의 사건 처리 지연이나 합의 종용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근로감독관의 사건 처리 지연이나 합의 종용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성과 폭언, 면박, 따돌림에 지쳐 회사를 그만둔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 나름 용기를 낸 결정이었다. 그런데 A씨 신고를 맡은 근로감독관은 전화를 걸어 "왜 신고하려고 하냐, 결국 불인정될 거 같은데 꼭 신고해야 되냐"고 되물었다. A씨는 "회사에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전혀 공감하지 않는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노무사를 선임해 조사받으러 갔더니 그제야 태도가 바뀌더라"고 했다.

노동청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믿는 직장인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는 곳이다. 조금이나마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무색하게, 근로감독관 때문에 오히려 상처받는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 늑장처리에다 불성실한 조사 문제는 물론, 아예 회사 편에 서서 합의나 신고 취소를 종용하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닥 친 근로감독관제 신뢰도

근로감독관 신뢰도 설문조사 <자료: 직장갑질119>


근로감독관이 공정하게 처리 근로감독관이 신속하게 처리 근로감독관 신뢰
2019년 4.9% 1.6% 1.6%
2021년 6.7% 0.0% 3.3%

22일 직장갑질119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 내놓은 '근로감독관 신뢰도 설문조사'에는 이런 불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공인노무사 6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근로감독관이 진정·고소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단 6.7%에 그쳤다. 신속 처리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1명도 없다. 근로감독관을 '신뢰한다'는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대한 판단이 바닥 수준이지만, 놀랍게도 이게 그나마 나아진 수준이다. 2019년 진행된 같은 설문에서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대답은 4.9%, 처리를 신뢰한다는 대답은 1.6%에 불과했다.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응답은 1.6%(2019년)에서 0%로 고꾸라졌다.

괴롭힌 상사랑 대면 조사까지

6년간 다니던 회사를 상사 괴롭힘으로 퇴사한 B씨는 "근로감독관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사전에 얘기도 없이 가해자인 상사를 대면시켰고, 진정서 취하 종용도 당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6년간 다니던 회사를 상사 괴롭힘으로 퇴사한 B씨는 "근로감독관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사전에 얘기도 없이 가해자인 상사를 대면시켰고, 진정서 취하 종용도 당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불신의 원인은 근로감독관 개인 역량과 제도적 한계 양쪽 모두가 꼽힌다. B씨는 근로계약서도 없이 야간근로수당도 포기해 가며 6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 상사 괴롭힘 때문에 퇴사했다. 노동청 진정 후 조사를 받으러 가던 B씨는 불시에 상사와 맞닥뜨렸다. 사전 통보나 동의도 없이 진행된 대면조사였다. B씨는 "안 그래도 깜짝 놀랐는데, 근로계약서 미작성 진정서 취하서를 들이밀면서 회사 편만 들었다"고 말했다.

공인노무사들도 근로감독관의 가장 큰 문제(복수응답)로 '노동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비법리적인 판단'(70%), '관료적인 업무 처리'(60%)를 지적했다. '합의 종용(강요)'과 '사건 처리 지연'도 각각 45%로 조사됐다. 근로감독관 증원과 교육 강화가 시급하고,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근로감독관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조적 문제… 제도 전면 혁신해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근로감독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홈페이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근로감독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홈페이지

노동법 전문지식과 현장 실무 사례 위주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는 고용노동부도 공감하고 있다. 고용부 직무교육기관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20명 내외의 실적이 우수한 근로감독관을 뽑아 23일부터 15주 동안 '근로감독행정 전문과정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이 교육 후 일종의 멘토처럼 일선 근로감독관들에게 역량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근로감독을 나가기 전에 회사에 사전 통보를 해 증거 조작, 은폐 등이 가능한 조사 방식 등 근로감독관제도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갑질119 조영훈 노무사는 "근로감독관 개인 자질이나 인성 문제를 넘어 제도적인 변화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부정적 인식과 노동자들의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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