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자금 통로‘ 역할… 자사 횡령 혐의도
2심 “다수 투자자에 피해 전가” 형량 늘려
지난 2019년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돌려막기'에 가담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연예기획사 비에스컴퍼니의 대표였던 김씨는 2019년 코스닥 상장사인 한류타임즈(전 스포츠서울)의 이모 전 회장 부탁을 받고, 자기 회사 명의로 200억 원을 라임펀드 '플루토FI D-1호(플루토)'로부터 투자받은 뒤 이 돈을 전부 한류타임즈 전환·사모사채 인수대금으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당시 한류타임즈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주권(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비에스컴퍼니 역시 2016년 설립 후 매년 손실을 봐 2019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애초 제대로 갚기 힘든 수백억 원의 돈을 빌려 투자 가치가 전혀 없는 회사에 투자한 셈이다.
이같은 거래 배경엔 이종필(43) 전 라임 부사장의 제안이 있었다. 라임펀드 '테티스 2호(테티스)'는 한류타임즈에 총 250억 원을 투자한 상태였는데, 2019년 6월 한류타임즈가 감사거절 의견을 받자 투자 손실 발생 사실을 감추려 '펀드 돌려막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종필 전 부사장은 정상적 투자로 꾸미는 데 동원할 회사를 찾던 중 이 전 회장을 통해 김씨를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비에스컴퍼니는 플루토 펀드로부터 돈을 빌려 테티스 펀드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김씨는 또 78억여 원 상당의 비에스컴퍼니 주식·자금을 횡령하고, 이 전 회장과 공모해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공범인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등 범행이 발각되자 2019년 7월 미국으로 출국해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은 “김씨는 이 전 회장과 공모해 라임 투자자금을 지급받아 넘겨주는 '자금 통로' 역할을 했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1심 형량이 너무 낮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는 과도한 채무 부담과 부실 사채 인수 등으로 회사(비에스컴퍼니)를 파산 상태에 이르게 했고, 플루토 펀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시켰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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