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동물들' 쓴 박종무 수의사
지난달 19일 법무부는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현행법을 개정하고 동물에 처음으로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동물이 법적 지위를 갖게 되면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커진다. 이 같은 개정안 추진에는 점차 늘어나는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현실이 반영됐다. 지난 한해 버려졌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13만여 마리에 달하고 이 중 21%가 안락사됐다. 유기동물 수치는 5년 전과 비교해 58.9%가 늘었다.
유기동물 지원과 동물 학대 예방 활동을 펼치는 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를 역임한 박종무 수의사는 “반려동물 입양 전 사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서울 행당동 평화와생명동물병원에서 만난 박 수의사는 “이제는 동물 문제를 '공존'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수의사는 작은 동물병원을 30년째 운영하는 동시에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생명윤리학 박사이자 국경없는수의사회 회원, 카라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반려동물과 동물권’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낸 책 ‘문밖의 동물들’에서 반려동물 유기와 안락사 논의에서부터 동물원의 존재 의미, 기형적인 축산업과 살처분의 불합리성 등 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특히 한국 동물 이슈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개고기’ 논쟁을 정면돌파한다. 마침 인터뷰가 이뤄진 20일은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식용 금지’를 포함한 동물복지 정책을 발표한 날이었다. 박 수의사는 “흔히들 ‘개, 돼지는 먹으면서 왜 개만 반대하냐’고 반박하는데, 무엇을 먹을지는 사회적 규범 안에서 합의하는 것”이라며 “개는 오랫동안 인간과 친밀하게 공존해왔고, 사회가 개들의 고통에 특히 공감하게 됐다는 점에서 개식용은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물을 ‘공존’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박 수의사의 접근은 민법 개정안이나 대개의 동물단체, 철학자들이 말하는 ‘동물권’과는 조금 다르다. 현재의 ‘동물권’은 인간의 ‘천부인권’, 즉 ‘인권’에 기댄 관념이다. 그러나 동물을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박 수의사는 “본인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윤리적인 태도”라는 철학자 진 커제즈의 개념을 빌려온다.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일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상호의존적이라는 뜻"이며,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만 있다면 누구든 소고기를 사먹을 수 있는 오늘날의 과도한 육식 문화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30년을 한결같이 동물 문제를 알리는 데 힘써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호소가 더 절박해졌다.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기후위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가축의 배설 가스인 메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인간의 과도한 육식은 공장식 축산, 사료 재배를 위한 열대림 파괴, 비윤리적 사육 환경으로 인한 전염병과 살처분, 나아가 기후위기까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 수의사는 “동물 문제는 절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류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다른 생명체를 마구 파괴한 결과가 지금의 기후위기입니다. 다른 생물을 배려하는 것은 생태계 회복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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