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퇴임 앞둔 메르켈 독일 총리 모스크바 방문
3시간 동안 정상회담... 국제 현안 논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협력에서는 의견 일치
다음 달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실상 ‘마지막 회담’이지만 양 정상은 최근 불거진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가 하면 러시아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거취 문제를 두고서도 충돌했다.
양국 정상은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이루어진 약 3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아프간 사태, 우크라이나 분쟁, 벨라루스 국정 혼란, 이란 핵문제, 리비아 사태 등의 국제 현안과 양자 협력 문제 등을 두루 논의했다고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현재 탈레반이 수도(카불)를 포함해 아프간 영토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현실이며 우리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아프간의 붕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서방 등 외국은 자신들의 가치 기준을 아프간에 강요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하면서 서방의 지난 20년 동안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자 “확실히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러시아의 관심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 탈레반의 정권 장악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국제사회는 아프간에서 테러리즘이 부흥하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아프간 파견 독일군과 독일 경찰 등을 도운 사람들이 아프간을 떠날 기회를 얻도록 러시아가 탈레반 측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현재 수감되어 있는 나발니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나발니가 2014년 사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나발니가 수감된 것은 그의 정치 활동과 관련이 없다면서 “그는 정치활동이 아닌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누구도 정치활동을 위법 행위를 덮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20일은 나발니가 항공기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월 귀국 직후 체포돼 복역 중이다.
두 정상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양국 간 협력의 손도 놓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완공 문제에 대해서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관 완공까지 불과 15㎞ 남았다면서 “이 가스관이 러시아가 독일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에 가스를 공급하는데 훨씬 더 저렴하고 안전한 운송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도 이는 러시아와 독일의 양자 프로젝트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프로젝트라면서 사업 성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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