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겪다가 가출
공원서 동사한 중학생 어머니 수기
“가해자 10명의 미래와 피해자 1명의 미래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STD)를 겪다가 가출, 동사한 채 발견된 일본 중학생의 어머니가 학교 교감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딸이 살아 있을 때 여러 차례 상담했지만 그때마다 교감이 가해자를 두둔하고 괴롭힘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지난 3월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한 공원에서 시신이 꽁꽁 언 채로 발견된 히로세 사야(??爽彩14)의 유족 대리인은 지난 18일 어머니가 쓴 수기를 공개했다. 수기에는 2019년 중학교에 진학한 후 딸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여러 차례 담임 교사 및 교감과 상담했으나, 학교 측은 지속적으로 가해 학생을 두둔한 사실이 적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히로세는 목소리가 크고 쾌활한 성격의 아이였다고 한다. 학예회 연극에서도 긴 대사를 술술 외웠고 학교 생활도 좋아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중학교에 입학한 후 갑자기 성격이 돌변했다. 학원에 지각하거나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늘었고, 늦은 시각에야 귀가하기도 했다. ‘혹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중 딸이 새벽 3시쯤에 울면서 “선배한테 불려 나간다.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뛰어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딸에게 2명의 이름을 듣고 담임에게 대응을 요구했지만 “괴롭힐 만한 애들이 아니다”라며 부정했다는 것이다. “죽고 싶다”는 딸의 말을 듣고 다시 상담했지만 “사춘기에 자주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해 6월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히로세가 강에 뛰어든 사건이 발생했다. 휴대폰을 통해 충격적인 집단 괴롭힘 정황을 확인하고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에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감은 “장난이 지나친 것뿐, 악의는 없었다”며 “가해자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가해자를 옹호했다. 그는 “가해자 10명의 미래와 피해자 1명의 미래, 어느 쪽이 중요합니까. 10명이죠. 1명을 위해서 10명의 미래를 망쳐도 되는 건가요? 어느 쪽이 장래의 일본에 도움이 됩니까. 다시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동석한 지인조차 기막혀했을 정도였다.
결국 피해자인 히로세가 다른 학교로 전학했지만, PSTD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영하 17도의 맹추위에 몰래 집을 나갔다가 실종, 한 달 뒤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히로세의 어머니는 “학교 교육위원회가 집단 괴롭힘에서 눈을 돌리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고 건강하게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던 히로세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만든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 진상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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