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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수사, 군에 맡겨선 안 된다

입력
2021.08.21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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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는 해군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사실임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차 가해를 포함한 전 분야를 낱낱이 수사해 엄정 처리하겠다"고 또다시 약속했다. 그러나 앞서 같은 약속을 했던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에 대해 초동 수사가 부실했던 것은 물론 수사 부실에 대한 국방부 수사조차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수사하는 사람의 한계가 아니라, 수사가 군 지휘부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구조적 문제다. 최근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제안한 것처럼 민군 합동수사를 하거나 아예 민간에 수사를 넘겨줘야만 ‘엄중한 수사’가 가능하다.

서 장관은 이날 “국방부 전문 수사 인력을 해군에 파견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방부 직속이든 각군 소속이든 군의 수사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는 직접 증거물을 확보했고 국선변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실 수사는 최고 수뇌부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수사 부실까지 엄중하게 밝히겠다던 국방부 검찰단이 지금까지 기소한 이들 중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 군검사, 공군 법무실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18일 열린 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 실장 기소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부실 수사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는 이 뻔뻔함에 두 번 상처 입을 유족은 생각해 봤나.

문재인 대통령은 잇단 군 성범죄 사망 사건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근본적 대책을 강하게 지시했다. 하지만 격노와 질타가 무색한 이 상황을 다시 보기를 바란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대책도 군에 맡겨서는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외부의 견제와 감시, 토론이 없는 폐쇄적 조직은 변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엄중한 수사를 지시하려면 그것은 군이 아니라 민간에 해야 한다. 나아가 군 수사기관·법원을 모두 민간화하는 군 사법제도 개혁이 군을 변화시키는 근본적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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