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해상노조 중노위 2차 조정회의 후 윤곽 드러날 듯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창사 이후 첫 파업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임금 인상폭을 놓고 벌어진 노사 간 입장 차이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은 결렬됐고, 채권단까지 얽힌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어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사무직 중심의 HMM 육상노조는 지난 18일 사측이 제시한 임금 8% 인상, 성과급 500%를 지급하는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95%로 최종 부결됐다. 이어 19일에 열렸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조정회의에서도 5시간의 노사 간 마지막 협상마저 결렬됐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HMM 육상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와 따로 협상을 진행하는 해운노조 역시 18일 열린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사측과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후 주말 동안 사측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업계에선 해운노조 또한 육상노조와 함께 공동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HMM 직원은 "배재훈 사장은 취임 초부터 임금 인상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노위 2차 조정회의에서야 얼굴을 내비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직원은 "배 사장은 부임 후 지속적으로 '직원의 행복'을 강조했고, 그중 첫 번째 조건이 급여 인상이었다"며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해놓고선, 막상 임금 인상 이슈가 불거지자 직원들과의 소통을 끊고 사측 설명회 자리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해운 선사의 특성상 수많은 직원들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데, 해외 근무 직원은 받을 수도 없는 복지 포인트와 교통비를 연봉에 포함시켜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안타깝게도 더 이상 직원들도 배 사장과 대화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답답하기는 사측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기 힘든 상황에서 노조와 채권단 사이에서 양측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 관계자는 "채권단의 승인 없이는 마음대로 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 배 사장도 산업은행을 몇 차례 찾아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파업이 현실화하면 심각한 물류대란을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쨌든 파업만은 막기 위해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대표격인 산업은행 속내 또한 복잡하다. 실질적으로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산업은행이 해결사로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금 협상은 노사가 진행하는 것이고, 채권단은 노사가 협의한 결과를 승인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노사가 성실한 조율 과정 없이 파업 수순으로 치닫고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2015년 이후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6조8,000억 원으로 4조2,000억 원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과 동등하게 처우를 맞춰 달라는 요구는 상식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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