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침체 반영
'경제 성장' 청사진이 차기 대선 승부처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사회'를 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1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 다수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脫)성장 사회'를 가장 많이 선호했던 것과 대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침체를 우려하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200일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서 여야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리서치와 한국행정학회가 4월 13~16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이 기대하는 30년 후 대한민국 미래상' 조사 결과와 2014년 8~9월 한국리서치와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동일 문항)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보수정부서 '탈성장' 부각... 文 정부 거치며 '지속성장'
올해 조사에서 '30년 후 희망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질문에 47.7%가 '지속적인 경제성장 사회'로 답했다. 2014년(33.9%)보다 13.8%포인트 상승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라는 응답도 20.1%로 2014년(12.1%)보다 8.0%포인트 올랐다.
반면 2014년 조사 당시 가장 많은 응답(54.0%)을 받은 '탈성장 사회나 대안사회'는 32.2%로 7년 만에 21.8%포인트 급락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와 세월호 사건으로 대표되는 2014년과 문재인 정부와 코로나19가 지배하는 2021년이라는 조사 시점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로 상징된다. 대기업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부유한 기업, 가난한 가계' 담론이 확산됐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이윤보다 생명을, 성장보다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탈성장·대안사회'를 희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을 높여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는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고, 아동수당(월 10만 원)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월 20만→30만 원) 등 복지를 확대했다. 그러나 내수 침체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겹쳐 고용 감소로 이어졌고, 임기 말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로 고소득층 소득은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줄어드는 양극화가 보다 뚜렷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 담론이 재부상한 토양이었다.
文정부 '버팀목' 진보도 '지속성장'으로 전환
'지속적인 성장' 담론을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 및 진보층이 함께 견인하고 있었다. 2014년 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25.1%만 지속적인 경제성장 사회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중도층에서도 32.6%에 그쳤다. 보수층(43.6%)만 성장을 주장하는 구조였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 사회’를 응답한 비율은 진보와 중도 각각 39.1%, 49.3%로 7년 전에 비해 각각 13.9%포인트, 16.7%포인트 증가했다. 보수층은 54.4%였다.
'탈성장 사회나 대안사회' 응답은 현 정부 지지층인 진보층(2014년 65.3%→2021년 38.0%)과 중도층(55.1%→31.8%)에서 각각 27.3%포인트, 23.3%포인트 급감했다.
시장 만능주의는 아냐... '복지국가' 희망은 여전
국민들의 인식 변화는 '시장 만능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30년 후 희망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질문에 45.6%가 '소득분배가 공평하고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복지국가'라고 답했다. 2014년(58.3%)보다는 꽤 감소했으나 복지국가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 첨단과학과 기술을 선도하는 과학기술강국'(35.7%) '세계 5위 이내 경제대국'(22.1%)은 2014년 대비 각각 15.3%포인트 8.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행정학회장인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은 복지국가라는 목표점에 도달하는 데 정부의 수단인 소득주도성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볼 뿐, 정부가 적극 분배에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김춘석 본부장은 "성장을 하더라도 국민들은 양극화가 해소되고 개인의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며 "방역, 재난, 환경, 생명 등 사회안전 분야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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