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장식 수술하다 골든타임 놓쳐”
눈물 흘린 어머니 “3년 적어… 항소할 것”?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선 거듭 공전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고 저혈압 상태에 빠지는 등 활력 징후가 극히 비정상인데도,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 시간 동안 전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김) 조치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치료행위도 없이 골든타임을 놓쳤다.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재판장
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건의 집도의였던 성형외과 원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A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의 형을 선고했다. 또한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A씨를 법정구속했다.
수술 당시 권씨를 마취했던 의사 B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 원, 지혈을 담당했던 의사 C씨는 벌금 1,000만 원형을 선고받았다. 간호조무사 D씨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A씨 등은 수술 도중 의료진으로서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아 권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2019년 11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골든타임(응급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면서 “A씨와 B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 어머니는 증거자료인 수술실 폐쇄회로(CC)TV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관계자 행적을 초 단위까지 세밀하게 확인하는 등 아들 사인의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며 “지난 수년간의 처절하고도 고난한 행적이 느껴지는, 이러한 어머니가 피고인들 처벌 의사를 강력하게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이나금씨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법원이 의사에게는 왜 이렇게 관용을 베푸는지 모르겠다. 징역 3년도 많은 게 아니다”라며 “당연히 항소할 것이고 수술실 CCTV 법안이 어서 통과돼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25세 취업 준비생이던 권씨는 2016년 9월 A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49일 뒤 숨을 거뒀다. 어머니가 확보한 수술실 CCTV 영상에선, 원장 A씨가 환자 여러 명을 동시에 수술하다가 수술실을 나가고 지혈이 제대로 안 된 상태의 권씨를 간호조무사 홀로 지혈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권씨 사망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목소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입법 논의는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3건 올라와 있지만, 야당이 신중론을 표하면서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나금씨는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로서, 올해 3월부터 120여 차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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