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권 활성화 하세월
진주는 LH 해체 위기 휘청
기관 이전에도 수도권 잔류
18일 오후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 식당가. 한창 저녁 장사로 바빠야 할 시간이지만, 불을 꺼놓고 있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19도 문제지만, 도시에 사람이 없어 저녁 장사도, 주말 장사도 포기하는 곳이 많다”며 “혁신도시에 상권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칼국숫집 주인도 “혁신도시 동북쪽 끄트머리 장현동은 유령도시나 마찬가지”라며 “우린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 우정혁신도시가 육지의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10여 년 전 조성 당시 시내 북쪽으로는 입화산, 함월산, 황방산을 등지고, 남쪽의 태화강을 바라보면 동서로 길게(7km) 조성돼 ‘배산임수 도시’의 전형으로까지 꼽히던 신도시지만, 실상은 유령도시에 가깝다.
19일 울산시에 따르면 혁신도시 주민등록 인구는 2017년 2만1,166명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1만9,988명을 기록,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곳엔 한국석유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에너지공단 등 9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울산에 가족과 정착한 이들 기관 직원은 지난 6월 기준 2,817명으로 45% 수준이다. 전국 가족 동반 이주율은 53.7%다.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정착률은 이름만 혁신도시일 뿐, 후퇴하고 있는 울산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의 관계자는 “편의 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무하다”며 “밥 한 끼를 사 먹으려고 해도 차를 몰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 등 교육시설은 고사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출퇴근용 ‘관사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에 혁신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백화점 건립도 계획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울산혁신도시노동조합 대표자협의회(혁노협)는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도시 부지에 백화점이 아닌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신세계에 대해 울산시와 혁신 도시가 소재한 울산 중구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업시설 등 당초 계획대로 도시가 모습을 갖추지 못할 경우, 공공기관 종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혁신도시는 울산뿐만이 아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 불똥으로 진주시는 좌불안석이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해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LH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진행되고 있는 LH 개편은 혁신도시의 존립과 근간을 뒤흔들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H가 내는 세금은 진주시 지방세수의 15%를 차지한다. 정부는 LH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토지·주택부문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진주의 경우 당초 이전계획과 달리 수도권 체류 인원을 시나브로 늘리고 있는 기관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09년 6월 지방이전계획을 승인받으면서 서울 본원 인력 300명 중 260명을 진주혁신도시로 보내기로 했지만, 작년 8월 기준 서울 분원 인원을 367명으로 늘려놓고 있다.
이전 기관들의 꼼수 아닌 꼼수에 혁신도시 의미가 퇴색하기는 부산혁신도 마찬가지. 한국예탁결제원은 2009~2014년 지방이전 계획을 승인받을 당시 서울 분원과 일산분원에 180명만 남기기로 했지만, 현재 그보다 100여 명 많은 291명이 수도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수도권에 고객이 집중돼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지방이전 계획 변경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꼼수’ 체류를 이어오다 올 4월에야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
13일 감사원은 '인구구조변화 대응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한 기관이 수도권의 기능과 조직을 키울 경우 공공부문 지방 이전을 통한 민간기업 지방 이전 촉진이라는 당초 목적을 살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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