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동생 수면제 술 먹여 살해한 사건도 선정
'갑질' 직장 상사 구속 뒤 피해자 지원 나서 사례도
영화 ‘타짜’에서나 볼 법한 사기도박단이었다. 그들은 도박 경험이 없는 고령의 전직 교사를 끌어들이는 ‘설계자’, 도박판을 벌이기 위한 돈을 대는 ‘자금책’, 도박판에서 화려한 기술을 사용해 '타짜'로 불리는 ‘기술자’ 등이 팀을 이루고 있었다.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 이동언) 김효진 검사는 직접 파헤치기로 했다.
김 검사는 피의자들 휴대폰을 압수수색해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하고 수표 및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차근차근 진실에 접근해갔다. 이들 일당은 이른바 ‘섯다’ 도박을 통해 ‘기술자’가 특정 패를 받을 수 있도록 조작한 소위 ‘탄’까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망이 좁혀 들자 ‘자금책’으로 지목된 피의자는 외국인 명의 대포폰을 사용하면서 도주했지만 수사기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혔다.
검찰은 결국 피해자에게 2억1,100만 원의 피해를 입힌 일당 중 3명을 구속하는 등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이 송치한대로 처리했으면 암장(暗葬ㆍ묻어 버리다)될 뻔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한 셈이다.
대검찰청은 19일 이동언 부장검사와 김효진 검사가 처리한 사기도박 사건 등 7건을 지난달 우수 업무사례로 선정했다.
34억 원의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지적장애인 친동생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 먹인 후 물에 빠뜨려 살해한 뒤 실종신고를 한 ‘인면수심’ 친형을 구속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서정식 부장검사와 문정신 검사 사건 처리사례도 선정됐다. 대검은 “통합심리분석, 법의학자문 등 긴밀한 검ㆍ경 협력과 과학수사를 적극 활용한 사건 처리를 통해 살인의 고의와 방법을 규명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초 고소된 후 3년 5개월 동안 5차례 반복 이송됐던 장기미제 사건을 처리한 사례(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박태호 부장검사, 서성광 검사)와 상습적으로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자행한 직장 상사를 구속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선 사례(대전지검 홍성지청 김영미 부장검사, 고기철 검사)도 뽑혔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부장 유정호)에선 2건이 선정됐다. 경찰이 체포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증거 영상까지 인멸한 사실을 밝혀 낸 사례(최민혁 검사)와 학교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등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도모한 사례(정성욱 검사)도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조영희 부장검사와 최정수 검사는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되찾아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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