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들, 퓨리서치센터에 "세대 구분 중단" 요구
"특정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만 만들어"
"서울시가 'MZ세대'의 특징과 경제활동, 사회인식 변화를 처음으로 분석,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에 사는 MZ세대 인구는 약 343만 명으로 전체 서울시 인구의 35.5%를 차지하며 서울에서 가장 큰 세대 집단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1990년대 이후 태생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MZ세대'라는 표현이 두드러지게 쓰이고 있다. 흔한 설명에 따르면,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와 'Z세대(1995∼2004년생)'를 합한 표현이다. MZ세대가 묶인 것은, 그 이전 세대인 '75세대(1950년대생)' '86세대(1960년대생)' 'X세대(1970년대생)' 등과 대비되는 그룹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미국에도 이런 '세대론'이 있다. 미국의 대표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현재 인구 집단을 베이비 부머(1945∼64년생)와 X세대(1965∼80년생) 그리고 밀레니얼과 Z세대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언급되는 개념인 'MZ세대'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고스란히 차용한 후 합성한 것이다.
Z세대 뒷세대의 이름도 벌써 유력 후보가 나와 있다. '알파세대(A세대)'다. 밀레니얼을 X와 Z 가운데 있는 'Y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X, Y, Z 다음은 A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세대 구분에 대해 "더 이상 세대 개념을 만들지 말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세대론이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 마케팅 기업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며,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대론, 별자리 운세처럼 모호한 '캐릭터 만들기' 불과"
메릴랜드대의 필립 코언 사회학 교수는 최근 사회학 연구자 150여 명의 서명을 모아 세대 개념을 구성하고 권위를 부여하는 대표 기관 중 하나인 퓨리서치센터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코언 교수는 "이런 '세대'의 구분은 임의적이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세대를 명명하고 탄생 연도를 고정하는 것은 대중의 고정관념을 만들고 사회 과학 연구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퓨리서치센터와 코언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특정 연도 출생자들을 묶어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부터 1900년 사이 태생을 가리키는 '잃어버린 세대' 부터다.
하지만 이후에는 특정 세대의 이름을 서둘러 붙이고자 하는 '경쟁'이 발생했고, 이 결과 세대 개념은 발견되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코언 교수의 관점이다. 그는 "세대의 특성을 설명하는 글들은 고정관념이거나, '별자리 운세' 수준의 모호함으로 가득 찬 캐릭터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코언 교수의 제안에 동의해 서한에 서명한 세인트루이스대의 사회학자 코트 루돌프는 더 나아가 '세대론'이 주로 특정 세대의 열등성, 혹은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면 사람들은 특정 세대가 '자기애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MZ세대뿐 아니라) 모든 시대의 젊은 세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편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런 편견의 더 큰 문제는 설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이 그 내용을 강제로 내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언 교수는 '세대론'이 세대 내의 다양한 분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흑인과 백인, 이민자와 원주민, 남성과 여성, 아이패드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는 동일한 역사라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며 "출생 연도별로 집단을 묘사하는 것은 때로 사회 변화와 갈등의 복잡성을 놓치게 된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의 사회트렌드 연구를 담당하는 킴 파커 국장은 서한에 대해 "세대는 연구자들이 그룹 간 차이점과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라면서도 "세대 딱지가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세대 내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20년 세대로 묶기엔 사회·문화적 변화 너무 빨라"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청년층이 기존 소비층과는 다르다고 규정하며 'MZ세대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학적 연구 대상은 아니더라도, 마케팅 용어로서 세대론은 의미가 있을까.
마케팅 영역에서 MZ세대와 이전 세대를 구분하는 특성으로 거론되는 대표 개념이 '비대면 문화'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에 접속하며 자란 이들이라 지식을 습득하고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 비대면인 상태가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 개념의 기원은 유명한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001년 제시한 '디지털 원주민'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한 뒤 온라인 공간을 접한 '디지털 이민자'와 구분되곤 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기업인 카사사(Kasasa)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모든 이용자는 이미 어느 정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이전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며 "특정 세대를 디지털 혐오 또는 디지털 애호로 구분 짓는 것은 더 큰 흐름을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부동산 투자사 렉스의 마케팅 담당인 애덤 싱어는 "인생 경험에 십여 년 이상 격차가 나는 이들을 '같은 집단'으로 묶기에는 사회와 문화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다"고 지적했다. 싱어는 막연하게 뭉뚱그린 세대론보다 구체적으로 상품이나 용역에 긍정 반응하는 집단을 파악하고, 이들의 요구에 직접 대응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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