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 A씨, 난민 신청 거부로 14개월 공항 생활
항소심 "외부 차단 공간 장기간 수용, 법적 근거 없다"
한국에 입국할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더라도 공항 환승구역 등 한정된 공간에 강제로 머무르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그간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이 접수나 심사를 거부당한 채 공항에 장기 억류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런 당국 조치는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 고승일)는 최근 아프리카 출신 난민 신청자 A(47)씨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인신보호 청구를 각하했다. 다만 난민 신청자를 한정된 공간에 강제 구금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반군의 핍박을 피해 모국을 탈출한 A씨는 지난해 2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시도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의 항공권상으론 한국이 경유지란 이유로 신청서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지내다 올해 4월 법원에 낸 수용 임시해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14개월 만에 공항 밖으로 나왔다. (▶관련기사: 인천공항서 14개월 숙식... '한국판 터미널' 아프리카 난민의 하루)
재판부는 A씨가 수용 임시해제 결정으로 이미 공항을 벗어난 점을 감안해 청구를 각하하면서도 인신보호법에 따라 강제 수용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A씨는 입국이 거부된 채 환승구역에 머무르고 있을 뿐 법무부에 의해 수용·보호 또는 감금돼 있지 않다"라고 판시했는데 이번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재판부는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외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인신보호법이 구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 판단은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공항에 강제 수용해온 관행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49)씨 가족도 2018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냈지만, 난민 심사 회부를 거부당해 287일 동안 공항에서 생활했다.
A씨를 지원하는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을 환승구역에 억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은 처음"이라며 "그간 공항에서 장기간 머무른 많은 외국인들은 법무부에 의해 불법 구금된 것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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