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계기 쓴소리
"국내 고려인 부당 노동·임금 체불 시달려" 지적
"고려인 동포 속성 귀화 허용해야" 주장
우원식 의원 "개선책 모색 앞장서겠다" 화답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진보 성향의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가 "'쇼'를 벌이는 것은 쉽지만, 약자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며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차별받는 국내 거주 고려인과 그 후손들의 삶을 보살펴 줄 것을 당부했다.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이자 유해 봉환 특사단으로 파견됐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언 잊지 않고 개선책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역이민자인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연구하는 박 교수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홍범도 장군은 한국 정권의 예우를 받지만, 그 부대원의 후손들을 포함한 고려인들은 이 땅으로 오면 과연 어떤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2017~2019년 고려인법률지원단이 실시한 국내 거주 고려인 차별 실태조사와 관련, 지난해 언론 보도를 덧붙였다. 상담한 피해 사례 858건 중 퇴직금 지급 지연을 포함한 임금 체불이 70%인 6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 재해 미보상, 민·형사 사건, 부동산 임대차 불공정 계약, 교통사고, 채권·채무가 뒤를 이었다. 성폭행 피해도 있었다.
그는 "대부분 영세 제조업 공장, 식당, 농어업에서 고생하고, 약 3분의 1은 고질적인 임금 체불 문제에 시달립니다"라며 "한두 달치도 아니고 4~12개월 임금이 밀리는 것은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부 사무소에 가 사건을 접수하기 전에는 일부 임금을 포기하고 일부만 받아내 보라며 '화해 권고'를 하곤 해 국가 권력이 악질 고용주의 편이 되어준다"며 "특히 농장에서의 성희롱과 성폭행, 불공정한 주 임대 계약, 일상적인 차별 등 고려인들이 한국어에 어눌한 측면을, 온갖 악질 업자들이 다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살인적인 노동의 부담 때문에 그럴 시간도 70% 정도가 없다고 한다"며 "고국에서 독립군 후예들 대우란 이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다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귀화와 대한민국에서의 정주를 희망하는 고려인 동포들에 한해 간이·속성 귀화라도 허용하면 안 되나요?"라고 제안했다.
그는 "1937년에 스탈린주의 정권으로부터 강제 이주를 당하고, 지금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타자시'당하는 고려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소속', 어느 한 나라에서 '시민권'을 얻어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정말 노령에서의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면 적어도 이 정도 정책적 해결을 시도해보면 안 될까요?"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 교수는 전날(16일)에도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과정에서 고려민족의 여론은 무시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홍 장군을 이렇게 품을 수 있다면 고려 민족에 대한 대우를 좀 달리하면 안 될까"라고 했다.
우원식 "고려인 영주권 문제 등 해결 노력"
이에 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노자 교수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계기로 고려인의 삶을 더욱 조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과 동포 간담회 등 고려인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정부 나름대로 노력했던 점을 언급하며 해명하면서도 "식민지배에 당당히 맞섰고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강제로 조국을 등져야 했던 수많은 타국의 조선인과 그 후손에 대한 동질감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조국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우 의원은 "박 교수님의 고언 잊지 않고 고려인 영주권 문제 등 고려인과 동질감을 회복하는 제도적 개선책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며 "홍범도기념사업회부터 더욱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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