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숙씨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출간
60대 중반에 주변 권유로 유튜브 채널 운영 시작
87만 구독자 보유 인기 실버 유튜버
"행복은 찰나, 젊은이들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살길"
"집 밖으로 나갈 때면 긴장하게 돼요. 어디서 누가 나를 안다고 할지 몰라서. 70대가 다 돼 이렇게 바빠질 줄은 몰랐네요 ."
이탈리아어 논나(할머니)와 지역명 밀라노를 합친 '밀라논나'라는 유튜버명으로 더 유명한 장명숙(69)씨는 국내 대표적 시니어 유튜버다. 2019년 유튜브를 시작한 이래 구독자가 87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TV 예능 프로그램, 광고까지 섭렵했다. 18일 출간한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도 화제다. 지난해 여름부터 꼬박 1년을 매달려 탈고한 책으로, 사전 예약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날 출간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를 연 장씨는 "그간 책을 써 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너무 큰 관심에 '나무만 낭비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장씨는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다. 해외 유학이 흔치 않은 1978년에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로 패션 유학을 떠났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동양복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직업인으로 항상 동동거리며 살았다"는 장씨는 두 아들이 대학에 진학한 50대 이후에야 "모래주머니를 털어낸 듯" 삶이 자유로워졌다. 60대엔 그저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게 될 줄 알았던 그는 주변 젊은 후배들의 권유로 "어쩌다 유튜버가 됐다". 그는 "유튜브 운영 초기에는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라는 말이 구독에 따른 요금을 내라는 뜻인 줄 알고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며 "지금은 아들도 잘 해주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을 댓글을 통해 접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유튜브 수익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회 기관 후원에 쓰고 있다. 유튜브 댓글 중에는 '논나를 보고 나도 후원을 시작했다'는 내용도 있다. 그는 이번 에세이 인세 역시 사회복지기관, 보육기관, 미혼모 지원단체 등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번 책은 장씨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습득한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장씨는 1990년대 중반에는 큰아들의 수술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동료들을 잃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삼풍백화점 근무 당시 월·수·금요일에만 출근했던 까닭에 목요일에 발생한 붕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오늘이 어제가 되기 전에 오늘을 붙들고 제대로 살자고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책은 그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인 자존·충실·품위·책임을 키워드로 4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그는 "과거에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게 일종의 사회상이었지만 아들에게는 내가 만족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며 "사회 규범은 어느 정도 따라야겠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낼 때 사회가 바뀌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60대에 인생 계획에 없던 유튜버가 된 그는 70대의 삶은 '매일이 설레는 삶'으로 규정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이 설레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행복의 순간은 만들어가는 것이고, 대개 오래가지 않는 찰나더군요.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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