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출마 예정자에 보낸 메시지가 발단
전남 구례군이 지방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렸다. 이광동 부군수가 구례군수 출마예정자인 지역 사회단체 대표에게 "정치를 할 때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면 좋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부군수는 해당 문자메시지가 협박 시비로까지 이어지자 "큰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이 부군수는 지난 15일 구례군수 출마 의사를 밝힌 구례시민사회모임 대표 A씨에게 "순수한 고언(苦言)으로 헤아려 달라"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문자메시지에서 "그 길(정치)을 가실 때에는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거나 곤경에 처하게 하시면 좋지 않다. 공무원들은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여론을 형성하고 때에 따라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A씨는 작년 8월 사상 최악의 수해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하고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김순호 구례군수 등 공무원 5명과 업자 4명을 검찰에 고발한 터였다. 이 부군수는 이어 "구례군의 경우 정규직만 600여 명, 공무직까지 하면 800여 명이 된다. 군청과 사업소, 8개 읍·면에 분포해 있어 어딜가나 공무원이 있다고 보시면 된다. 무시 못할 상황이다"고도 했다. 이는 듣기에 따라 "공무원들을 건드리지 마라. 선거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군수는 한술 더 떠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전남도청에 근무할 때 전남도의원이 도청 직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고 다음 의회에는 얼굴을 못보게 됐다. 군에서도 군 공무원을 언급하는 지역정치인이 고배를 마시는 사례를 봤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얻고 공직자를 보듬고 가는 전략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공무원을 힘들게 하면 선출직(군수)이 될 수 없다는 말이 결국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이라도 하겠다는 뜻이냐"며 "이는 고언을 빙자한 협박이자, 이 부군수 스스로 선거 개입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며칠 전 이 부군수가 먼저 저녁 식사를 하자고 연락을 해와서 한 번 만난 게 전부였는데, 공무원이 무슨 권력인 것처럼 대뜸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매우 불쾌했다"며 "특히 이 부군수가 만찬 당시 김 군수에게 보고한 뒤 군수 출마예정자들을 만나고 다닌다고 해 의아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짐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군수는 이에 대해 "A씨와의 만찬은 지역 기관장과의 소통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었고, A씨에게 정치하는 데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일뿐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다"며 "A씨에게 곡해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자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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