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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연쇄 화재 막은 40대 순경, 알고 보니 화재감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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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연쇄 화재 막은 40대 순경, 알고 보니 화재감식 전문가

입력
2021.08.18 21: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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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 순경
지난달 13일 대구 원대오거리서 차량 화재 진압
지난해 6월 화재감식 특채로 경찰에 입문

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 순경이 소화기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순찰 중 차량 화재를 진압해 대형 연쇄 화재를 막은 후에야 대기업 소방·안전요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민규 기자

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 순경이 소화기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순찰 중 차량 화재를 진압해 대형 연쇄 화재를 막은 후에야 대기업 소방·안전요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민규 기자

화재감식 주특기로 지난해 6월 경찰에 특채된 40대 초반의 순경이 지난달 중순 순찰 중 연쇄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차량 화재를 초동진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43) 순경은 순찰중이던 지난달 13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원대오거리 교차로에서 차량 화재를 목격했다. 화재 차량 바로 왼쪽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버스의 연료통이 있었고, 오른쪽으로 6m가량 떨어진 인도에는 식당용 대형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2개 놓여 있었다. 화재 차량 뒤로는 차량이 60m 정도 정체를 빚고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 순경은 순찰차를 몰던 김길태 경위(50)가 무전을 치는 사이 트렁크에서 소화기를 꺼내 화재 차량으로 달려갔다. 당시 화재 차량 운전자는 소화기를 든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고, 정체 차량 운전자들은 경적만 눌러대고 있었다.

"쏴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불길은 5분도 되지 않아 모두 잡혔다.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불씨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시 주 순경의 활약을 지켜본 상인들은 "경찰관이 소방관 못지않게 빨리 불을 잡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주 순경은 "차량 위로 솟구치는 양떼 모양의 검은 연기를 보고 유류화재로 판단했다"며 "달려가는 짧은 순간 진화방법을 떠올리면서 매뉴얼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화재는 골든타임인 5분을 넘기면 대부분 전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분말소화기로 초기 불길을 잡고 가스소화기로 완전히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과학수사 화재감식 특채로 입문한 그는 순경 18호봉인 햇병아리 경찰이지만 화재에 관한 한 베테랑이다. 대학에서 소방방재공학을 전공했고 대기업에서 소방안전 전문 요원으로 17년간 근무했다.

그는 당시 기업의 화재·안전 관련 교육 강사로 활동했다. 현장 교육 중 대형 화재를 순식간에 진화해 '이론과 실무를 통달한 강사'라는 평도 받았다. 고액 연봉에 입지도 탄탄했지만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경찰에 입문했다.

주특기는 곧 드러났다. 지난 3월 실습생 신분으로 대구의 한 도금공장 화재현장을 찾았을 때 소방 측보다 먼저 발화점을 찾아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초에는 가스 화재가 난 빈집으로 출동해 창문으로 들어가 불을 끄면서 "전직은 숨길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 순경은 "특기를 잘 살려 화재감식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경찰 출발이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왼쪽) 순경이 "선배인 김길태 경위의 촉이 없었더라면 차량 화재를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대구 북부경찰서 노원지구대 주영근(왼쪽) 순경이 "선배인 김길태 경위의 촉이 없었더라면 차량 화재를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대구=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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