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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경련’ 보고도 놓친 병원... “뇌성마비 책임, 8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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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경련’ 보고도 놓친 병원... “뇌성마비 책임, 8억 배상하라"

입력
2021.08.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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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직후 '빈호흡' 증세로 치료받은 아기
수차례 눈 떨림에도 "지켜보자" 조치 않아
결국 뇌성마비... 법원 "신속 조치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출생 후 눈 깜빡임 등 경련 증세를 보인 신생아에게 제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뇌손상을 일으킨 병원에 대해 거액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4부(부장 김양훈)는 최근 5세 A군의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장 C씨와 담당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D씨는 A군 측에 8억3,600여 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군은 2016년 7월 21일 산부인과 전문 B병원에서 태어났다. A군은 출생 직후 숨을 깊게 쉬지 못하고 가쁘게 쉬는 '빈호흡' 증세를 보여 7시간 넘게 산소 치료를 받았다.

이튿날엔 손끝과 입술 등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 등 ‘산소 부족’ 신호가 나타났다. A군은 30~40초간 눈을 깜빡이며 떠는 증세도 보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간호사가 영상을 찍어 전문의 D씨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지켜보자”는 말뿐이었다.

눈 깜빡임 증상이 계속됐지만, A군이 퇴원하던 23일 아침까지도 D씨는 산모에게 “퇴원 후 하루 이틀 더 지켜보고 증상이 계속되면 외래 진료를 보거나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했다. A군 어머니는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퇴원 후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뇌 검사를 실시했고, ‘허혈성 저산소성 뇌병증’이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밀 진단 결과 A군이 보인 눈 깜빡임은 ‘신생아 경련’, 즉 발작 증세였다. 반복적인 경련은 뇌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에, B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 치료에 나서야 했지만 이를 간과했던 것이다. A군은 결국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인지·언어장애, 사지 경직 등의 장애를 갖게 됐다.

A군 부모는 이에 “B병원 측은 26억 원을 배상하라”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특히 분만 후 아이에게 두 차례 청색증이 나타났는데도, 병원이 산소포화도 측정 등을 하지 않고, 경련 증세에 대해서도 정밀 진단을 위한 뇌파 검사 및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촬영 등을 하지 않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군 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여 병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군 상태에 대한 충분한 관찰이 이뤄지지 않아 청색증 및 신생아 경련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아이에게 장애가 발생·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산소 치료 후 A군 산소포화도가 적정 수치로 유지되는 걸 확인했기에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산소포화도 측정만으론 전신 산소 공급의 안정성과 뇌 기능 부전을 알 수 없는 데다, 특이 소견이 없더라도 신생아 경련 자체가 심각한 증상이라 조속히 상급 의료기관에 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군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되는 소득(일실수입) 5억여 원을 비롯해 치료비와 개호비(환자를 곁에서 보살피는 데에 드는 돈) 등 총 26억 원 상당의 손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적극적 의료 과오보다는 진단 소홀 등으로 인한 사고로 과실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아 30%만 의료진에게 배상할 책임이 인정된다"며 최종적으론 8억 원 규모로 배상액을 정했다.

A군 측 변호를 맡은 김성주 변호사는 “의료 소송은 진료기록부를 확보해 사실 관계를 재구성하는 게 기본이고, 의료진 과실 여부도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며 “환자 입장에선 조기에 기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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