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거부 사태' 이후 3개월 만의 기자회견
질문에 "모르겠다"며 눈물 흘려 회견 중단
"해야만 했던 일…올림픽서 지지 받아" 소신 밝혀
에이전트 "미디어에 빚졌다는 기자 주장은 방종"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3개월 만에 기자회견에 나왔다가 눈물을 쏟았다.
오사카는 17일(한국시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 앤드 서던오픈 개막을 앞두고 신시내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에서 정신건강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거부해 벌금 징계를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이날 오사카는 자신의 생각을 침착하게 답변했다. 기자회견 거부 사태 이후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에서 다른 선수들이 나에게 다가와 '정말 잘했다'고 말해줬다"며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자랑스럽고, 해야만 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여자 단체전을 포함해 여러 종목에서 기권한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24·미국)에 대해서도 응원했다. 당시 바일스는 일부 경기에 기권하면서 오사카의 기자회견 거부에 힘을 얻었다고 밝혔었다. 오사카는 "바일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지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더 다가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기자의 질문에 오사카는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칼럼니스트 폴 도허티는 "미디어로부터 큰 관심을 받으면서 얻는 이익과 미디어에 말하지 않겠다는 방침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스포츠 선수가 기자회견을 거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오사카는 "흥미로운 관점"이라며 최대한 성의있게 답하려고 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는 진행자의 권유도 막아서며 "죄송하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거나 "이해할 수 있게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오사카는 "나는 어릴 적부터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는데 그것은 내 '배경' 때문이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어 "내가 트윗을 하거나 무언가를 말해서 기사화가 되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끝을 흐린 뒤 "사실 나도 그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답변 이후 천장을 보며 눈물을 참던 오사카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고 회견은 잠시 중단됐다.
이날 회견이 끝난 뒤 오사카의 에이전트는 "오사카를 겁주려는 듯한 기자의 말투는 오늘날 선수와 미디어의 관계가 왜 이렇게 문제투성이가 됐는지를 보여준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에이전트는 "화상회견에 참석한 모두는 그의 어조가 완전히 잘못됐고 겁을 주려는 게 목적이었다고 동의할 것이다. 정말 소름끼치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나오미가 코트 밖 성공을 미디어에 빚졌다고 여기는 것은 근거없는 믿음이다. 제 멋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한편 단식 세계랭킹 2위 오사카는 신시내티오픈에서 2번 시드를 받아 2회전(32강)부터 출전, 셰쑤웨이(73위·대만)-코리 고프(24위·미국) 경기 승자와 3회전(16강)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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