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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의 무대가 마냥 '웃기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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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의 무대가 마냥 '웃기지 않은' 이유

입력
2021.08.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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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혼성 듀오 AKMU(악뮤)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무대가 마냥 웃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캡처

남매 혼성 듀오 AKMU(악뮤)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무대가 마냥 웃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캡처

세월을 역행한 듯한 레트로풍 의상, 흔들림 없는 무표정, 미미 시스터즈를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안무까지. 남매 혼성 듀오 AKMU(악뮤)의 무대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자칫 웃음이 앞설 법한 콘셉트지만 이들의 무대는 전혀 가볍지도, 웃기지도 않다.

지난달 30일 악뮤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선보였던 무대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최근 첫 컬래버레이션 앨범 'NEXT EPISODE'로 컴백한 악뮤는 이날 새 앨범 타이틀 곡 '낙하(NAKKA)'를 비롯해 다수의 무대를 선보였다.

해당 방송 이후 무엇보다 화제가 됐던 것은 두 사람의 남다른 호흡으로 빚어낸 무대 구성이 돋보였던 '낙하' 무대였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묻어나는 복고풍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자신들만의 바이브가 담긴 무대를 완성했다. 백미는 '낙하'의 하이라이트 구간이었다. 이찬혁과 이수현은 듀엣 부분에서 서로 한 발을 내밀고 마주 본 채 노래를 하는가 하면, 앞으로 걸어가는 듯한 포즈로 멈춰선 채 무표정으로 노래를 이어가는 등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퍼포먼스를 향한 반응은 뜨거웠다. 해당 방송이 끝난 뒤 이찬혁은 자신의 SNS에 두 사람의 무대 모습이 담긴 캡처 사진과 함께 "아 즐겁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고, 수현은 "그래 보이네"라는 건조한 댓글로 웃음을 자아냈다. 눈길을 끈 건 '낙하' 피처링에 참여했던 아이유의 반응이었다. 아이유는 "진짜 멋있고, 수현이 너무 착하다"라는 댓글로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스웨그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찬혁의 스타일에 동생인 이수현이 선뜻 함께했음을 유쾌하게 짚어낸 소감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착하다는 말에 많은 게 담겨 있다" "찬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수현이는 착하다" "서로 안 쳐다보려고 선글라스를 쓴 것 아니냐"라는 등 재치 넘치는 댓글로 두 사람의 합동 퍼포먼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악뮤가 선보인 무대에 쏟아진 공통된 의견은 하나였다. 바로 '실험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로도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실력파 뮤지션'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무대는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감탄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체 불가'한 매력을 자랑했다.

마치 과거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에 함께 올라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등으로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미미시스터즈를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독특한 이들의 퍼포먼스가 '웃기게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들의 독보적인 음악색에 있었다.

악뮤는 데뷔 이후 꾸준히 실험적이지만 대중성을 갖춘 음악들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굳혀왔다. 고정관념을 뒤엎고 사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노래에 녹이면서도 유쾌하게 이를 풀어내는 두 사람의 음악적 행보는 '악뮤가 곧 장르'라는 평가를 낳았다.

새 앨범에도 더욱 탄탄해진 악뮤의 음악색과, 도전에 한계를 두지 않는 실험적인 정신은 여전했다. 두 사람의 음악에 대해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긴 시간 자신들만의 '항해'를 마친 악뮤가 장르와 시대를 초월한 각양각색의 음악가들을 돛으로 만들어 달고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의욕이 느껴졌다.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모험의 항로가 궁금한 곡들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따뜻하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부터 보컬, 퍼포먼스 등 곡 전반에 투영된 실험적 정신까지, 바로 악뮤가 선보이는 유쾌한 파격들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눕고 싶으면 눕고, 그게 진짜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이찬혁의 말처럼, 음악의 형태를 규정짓지 않고 정해진 틀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는 이들의 행보가 멋지다. 가장 자신다운 목소리와 무대로 찰나의 울림과 한 줄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힘을, 악뮤의 무대에서 엿본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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