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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뒤집기'만으로 나라 잘될까

입력
2021.08.16 18:00
수정
2021.08.16 20: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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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벼락치기 실력 드러낸 윤석열ㆍ최재형
사라질 문 대통령 허상만 붙잡고 공세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가 차라리 나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게시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의열사를 찾아 안중근 의사 영정에 술잔을 올렸는데, 윤석열 캠프가 이를 윤봉길 의사로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SNS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게시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의열사를 찾아 안중근 의사 영정에 술잔을 올렸는데, 윤석열 캠프가 이를 윤봉길 의사로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SNS 캡처

요즘 정치판을 보면 야권 대선 주자들이 누구와 싸우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문재인이 적수인 건지, 이재명ㆍ이낙연 등 여권 주자들과 승부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윤석열ㆍ최재형 후보 진영에서 내는 메시지의 대부분은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곧 과거의 인물이 될 문재인을 상대하는 건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ㆍ최재형은 ‘반문(反文)’의 상징이다. 이를 명분 삼아 정치에 발을 디뎠고, 대선 후보가 됐다. 헌법상 양대 사정기관장으로서 임기를 지키지 않고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여론은 관대했고, 후한 지지율이 덤으로 주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소신의 대가는 그것으로 족하다. 이제부턴 오롯이 자신의 몫인 것이다.

윤 전 검찰총장은 국정 경험 부족 지적에 “특수부 검사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항변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배경 파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지식이 상식에 가까운 얕은 수준이라는 게 드러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방사능’ 설화(舌禍)는 어설픈 지식과 빈곤한 철학의 소산이다.

최 전 감사원장이 ‘탈원전’에 국가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었다고 한 정계 진출 변은 진정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운영이 비분강개(悲憤慷慨)만으로 잘 굴러가는 건 아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소신을 밝혔지만 북핵, 규제 철폐, 산업구조, 저출산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준비가 안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직접 썼다는 선언문 내용을 물었는데 답변을 못 한다는 건 진짜 준비 부족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윤석열ㆍ최재형의 유일한 대선 전략은 ‘ABM’(Anything But Moonㆍ문재인만 아니면)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동결시키고, 비정규의 정규직 전환은 중단하고, 노조는 해체하고, 임대차3법은 폐지하고, 종부세 소득세 법인세는 낮추고, 세금 알바는 없애고, 탈원전은 친원전으로 바꾸면 된다는 식이다. 흑백을 가리기 힘든 복잡다단한 현안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게 정치다. 조금만 어긋나도 갈등과 분열, 혼란이 초래된다. 나랏일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다면 역대 대통령들이 손가락질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도 국정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당위와 이념에 사로잡혀 단선적인 정책을 추구한 데서 과녁이 빗나갔다. 비정규직은 무조건 정규직화해야 하고, 최저임금은 무조건 많이 올려야 하며, 부동산 수요는 억제해야 하고, 사교육은 나쁜 것이고, 원전은 재앙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 출마하면서 “4년을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는데도 그랬다. 하물며 국가 운영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다가, 어쩌다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나온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수십 년 동안 법전만 들여다본 두 사람의 한계는 너무나 자명하다. 난마처럼 얽힌 세상사와 복잡한 행정에 대한 이해와 고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책 몇 권 읽고 적당히 주변에서 들은 풍월로 불과 몇 달간 벼락공부를 해서 세계 7번째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진입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것은 과욕으로 비친다.

국민의힘에는 관록과 경험이 많은 후보가 여럿 있다. 유승민은 4선을 한 경제전문가고, 5선 의원인 홍준표는 경남지사를 했다. 원희룡도 3선 의원에 제주지사를 지냈다. 여의도 입문 기간만 따지면 이들은 도합 70년 가까운 관록을 지녔다. 준비 안 된 윤석열, 최재형보다는 차라리 이들이 낫지 않을까.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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