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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꾼 한 편의 대학 학기말 리포트

입력
2021.08.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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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 '원자탄 소년' 존 필립스

존 필립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출시된 티셔츠. pinterest.co.kr

존 필립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출시된 티셔츠. pinterest.co.kr


1976년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3학년 학생의 학기말 리포트가 세상을 경악시켰다. 학부 성적이 과 평균에도 못 미치던 존 필립스(John A. Phillips, 1955.8.23~)가 쓴 34쪽 분량의 리포트 제목은 '원자폭탄 설계의 원리: 테러집단과 비핵국 플루토늄 핵분열탄 설계 가능성에 대한 고찰'. 책과 논문으로 공개된 핵폭탄 제조 지식만으로도 원료만 있다면 충분히 2차대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론적, 기술적으로 검증한 내용이었다.

베트남전쟁 직후였고,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해 있던 때였다. 리포트의 결론은 '핵 기술과 정보에 대한 보다 엄격한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세상이 주목한 건 그의 핵폭탄 레시피였다. 언론이 잇따라 그 소식을 보도했고, 평가는 엇갈렸지만, 캘리포니아대학 저명 핵공학자 프랭크 칠턴(Frank Chklton)은 "실제 폭탄 제조법과 다르지 않음을 100%" 보증했다. 그 리포트로 필립스는 A학점뿐 아니라 '원자탄 소년(A-Bomb Kid)'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프랑스 파키스탄 등 정체가 불분명한 여러 개인과 단체가 그에게 연락해왔고, 여성들의 청혼 편지와 선물도 쇄도했다. '타임' 같은 시사잡지는 물론이고, 각국의 포르노 도색잡지들까지 그의 이야기를, 선정적인 합성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당연히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경찰(FBI)도 그를 주시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는 호된 유명세를 치렀고, 반핵단체에 가입해 활동가로도 일했고, 1980년과 1982년 코네티컷주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경험을 살려 1983년 MIT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동생(Dean)과 함께 선거·정치 컨설팅 회사인 'Asistotle Inc'를 설립,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한 정치 컨설팅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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