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태평양전쟁 종전일을 맞아 열린 전몰자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성’이나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사용한 ‘적극적 평화주의’란 표현도 이어갔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아키히토 상왕이 2015년부터 언급했던 “깊은 반성”을 3년 연속 언급했다.
스가 총리는 15일 도쿄도 지요다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식사(式辭)를 통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전쟁 책임이나 반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의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식사의 대부분이 전년과 비슷하며 (스가 총리만의) 독자적 색깔은 보이지 않는 내용”이라고 평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2013년 가을 아베 전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도록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하면서 전문가 회의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안보는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왔다. 총리가 전몰자추도식 식사에서 사용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반면 즉위 후 세 번째로 추도식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은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면서 3년 연속으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일왕이 전몰자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패전 70년을 맞은 2015년부터다. 당시 아베 총리는 추도식 전날 “후손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자 아키히토 일왕은 다음 날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 사실상 아베 총리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매년 8월 15일 전몰자추도식을 열어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당시 숨진 자국민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 대상은 전사한 군인·군무원 등 약 230만 명과 미군의 공습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으로 숨진 민간인 등 약 80만 명을 합친 310만여 명이다. 이날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00명 정도만 참가한 채 2년 연속 축소된 규모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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