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부족 탓에 지난해에만 2.7만 마리 안락사
고성보호소·더봄센터 등 '노킬 정책' 시행 성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동물은 13만5,000마리를 넘어섰다. 구조된 동물은 대부분 보호소로 옮겨지는데, 보호 공간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에만 2만7,149마리가 안락사당했다. 이런 비인도적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호소들이 있다. 이들은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뜻의 ‘노킬(No Kill)’ 정책을 지향한다.
안락사 '0건' 추구하는 보호소들
경남 고성군에 있는 고성 유기동물 보호소는 한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안락사 비율을 기록해 '최악의 보호소'로 불렸다. 그러나 고성군 직영으로 전환한 1월 이래 안락사를 전혀 시행하지 않고 운영해 주목받고 있다. 배우 조승우씨가 이 보호소에서 반려견 '곰자'를 입양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일 역시 이 같은 정책 개선 노력과 맞물려 있다.
고성 보호소의 노킬 정책 핵심은 '구조-수용-안락사'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보호소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보호 동물 개체수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중성화 사업을 병행했다. 아울러 정책 취지에 공감한 자원봉사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 입양을 적극 추진했다. 덕분에 보호소 내 동물들은 안전한 삶을 보장받게 됐다.
동물 1,500여 마리를 상시 보호하는 독일 유명 보호소에 비유돼 '한국의 티어하임'이라 불리는 카라 더봄 센터 역시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노킬 보호소'다. 더봄 센터는 보호 개체수 유지를 위해 노견 위탁 캠페인을 활성화하고 있다.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있어 장기 보호가 필요한 동물을 최소화해 다른 동물을 그만큼 더 구조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충남 홍성군과 경기 평택시는 유기동물 보호소 설립을 앞두고 더봄 센터를 방문해 운영 노하우를 익히기도 했다.
"정부, 보호소 지원·동물 유기 규제 나서야"
이들 보호소가 노 킬 정책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 냈지만, 보호소의 노력만으로 정책이 지속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성 보호소만 해도 지자체 예산으로 보호소 운영과 유기동물 중성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자금이 넉넉지 않다. 인력 면에서도 보호소 직원이 많지 않아 봉사자들의 자발적 헌신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소 안팎에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예산 100억여 원을 들여 길고양이 7만3,000여 마리를 중성화하는 등 정부 주도 사업이 없진 않지만 전반적인 유기동물 보호?입양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성식 고성군 축산행정업무총괄계장은 "유기동물 중성화에 대한 보호소 국비 지원이 시급하고, 동물 입양인 자격을 관리할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문제의 근본 대책은 동물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유기동물 없는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동물 보호 경찰팀을 운영하면서 동물 유기 및 학대 행위를 체계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권유림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상임이사는 "물건 버리듯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형사 처벌을 가한다면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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