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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훈 "10년간 서울 경쟁력 떨어져 충격...첨단기술·금융으로 회복할 것"

입력
2021.08.17 04:30
수정
2021.08.17 07: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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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광역시 그룹 1위 서울시]
10년 전 10위 올려놨는데 17위로
6대 권역 첨단과학기술 육성하고
싱가포르처럼 서울투자청도 구상

정부 뒷짐 자영업자 손실보전 고민
안심소득, 코로나 복지 위기에 유용
자가검사키트 연말에 확대할 것

'한강 르네상스2' 지천 가꿔 완성
'뷰티+문화' 브랜드 이미지 준비
정치기사 안 볼 정도로 서울만 생각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의 도시경쟁력 하락은 충격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충격’이란 표현으로 그가 떠나 있었던 지난 10년의 서울시정을 평가했다.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실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 특별ㆍ광역시 그룹에서 서울시는 턱걸이로 1위 자리를 겨우 지켰다.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금융경쟁력도 10년 전 오 시장 재임 때보다 하락했다.

오 시장은 작심한 듯 서울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지난 4개월간 준비한 청사진을 설명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과 국제금융산업이 미래 서울을 특징 짓는 두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선 “연말부터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방역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자영업자 구제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면 독자적 방역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을 통해 서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비전 2030 위원회'를 출범시켜 서울 재건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터뷰는 12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임기 때와 비교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 순위가 약간 하락했다.

“약간이 아니라 많이 떨어졌다. 도시경쟁력은 11위에서 17위로, 금융경쟁력은 10위에서 25위로 떨어졌다. 10년 전 20위권에서 10위로 올려놨는데, 이렇게 떨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지난 3월 미국 컨설팅기업 AT커니의 ‘글로벌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 도시 중 서울은 2015년 11위에서 지난해 17위로 하락했다. 상위 30개 도시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국제금융센터 지수도 서울은 2011년 11위에서 지난해 25위로 급락했다.

-서울의 경쟁력을 다시 강화할 방안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서울의 6대 권역을 만들어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육성할 계획이다. 금융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매개체다. 금융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개발(R&D) 자금이 들어와 기술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핀테크라는 활로가 있기 때문에 국제적 금융기업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같은 '서울투자청'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10년 전 재임 때 추진했던 사업 중 이어갈 정책이 있다면.

“한강르네상스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두고 ‘그것 없이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꼭 필요한 공간이 됐다. 한강 본류에서 한강르네상스 시즌1을 시작했다면, 시즌2는 한강 지천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 서울에는 지천 18개, 소하천 36개, 실개천 60~70개 등이 있다. 25개 자치구를 모두 커버한다. 문화 예술적 감수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매력적 공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뤄내도록 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역점을 둔 정책이 있나.

“서울을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10년 전 디자인을 강조했다면 이제 뷰티를 내세울 것이다. 화장과 미용 패션, 성형수술에 문화와 예술까지 접목해서 서울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파리 하면 파리지앵, 뉴욕 하면 뉴요커 같은 느낌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방역 원칙은.

“취임 초 서울시의 특화된 정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서울시 제안을 거절했다. 일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게 방역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 대책 중 아쉬운 지점은.

“민생과 동떨어져 있는 방역 대책이다. 효율성에만 집중할 뿐 처절한 상황에 놓인 중소 자영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 차원에서 재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들에 대한 재산손실액 보전을 고민하고 있다.”

오 시장은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이유와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백신 접종률”이라고 진단하며, 백신 확보를 전담할 외교 사절, 이른바 ‘백신 대사’ 임명을 정부에 제안했다. 한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바닥권이다.

-자가검사키트 확대 방안에 정부는 여전히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나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연말부터 ‘위드 코로나’로 갈 것으로 보는데, 그럴 경우 우리 방역도 위중증 환자 관리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될 것이다. 자가검사키트와 공존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관건은 정기적이고 주기적인 검사다. 이를 통해 낮은 정확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11월에나 '위드 코로나'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위드 코로나' 이야기가 나오면 현 방역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런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늦어도 10월까지 위드 코로나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 달 전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자가격리 중심의 방역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정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중대본이 상당히 보수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안심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는 건가.

“순탄하게 진행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소득 하위 25% 계층 1,500명을 대상으로 500명까지는 안심소득을 적용하고, 나머지 1,000명은 종전처럼 그대로 적용해 장단점을 전문가들이 검증한다. 그 결과를 국민께 알리고 복지 시스템 패러다임 변화를 묻겠다는 것이다. 예산 70억 원을 투입해 전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실험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안심소득을 추진하려면 정부 기관의 협조도 필수적일 것 같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3040세대가 늘고 있다. 연말까지 더 급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존의 복지시스템으로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분명 생길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안심소득이 이런 위기 극복에 굉장히 유용한 시스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태양광 사업에 대한 비효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태양광을 통해 발전한 용량을 다 합쳐도 월성1호기 1년 전력 생산량의 4%가 안 된다. 거기에 1,600억~1,700억 원이 투입되고 있었다. 태양광의 비효율을 이야기하는 데 이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서울시뿐 아니라 대부분 지자체가 폐기 수순에 들어갔고, 정부 지원도 중단됐다.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서울시도 이미 내가 취임한 뒤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는 사업은 중단했다. 공공시설 활용 사업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미 전환했다.”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태양광 업체들이 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은 뒤 폐업한 것과 관련해 “지급 내역을 상세히 검토한 뒤 문제가 있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태양광이 전력 수급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나.

“원자력 발전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궁극의 에너지인 핵융합 발전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몇 년 전까지 핵융합 발전 경쟁에서 세계 5위 안에 들었다. SMR(소형모듈원전)까지 갖고 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중도하차할 것이냐, 아니면 최첨단 기술을 계속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선택은 정부의 몫이고, 다음 정부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핵융합으로 가기 전까지 중간 단계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지형상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지열이 더 적합하다. 서울시청 신청사 건물이 그 대표적 사례다. 지하에 파이프를 깊게 박아서 여름엔 냉방, 겨울엔 난방에 쓰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굉장히 높다. 내 임기 중 완공됐다면 지열 이용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했을 것이다. 전임 시장은 태양광에 꽂혀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100일 동안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매일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진도가 나가는 게 기사화되고 있지 않나. 주택공급이라는 게 빠르면 3, 4년이고 7년까지도 걸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재개발도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됐고 공공기획으로 갈아타겠다는 단지들도 나타나고 있다.”

-여당 대선주자들이 종종 오 시장을 공격한다. 대선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공연한 경계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나는 요즘 신문 정치면 기사도 잘 안 볼 정도다. 내 관심은 오로지 서울의 미래에 있다.”



인터뷰= 강철원 사회부장
정리= 김성환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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