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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육아휴직, 경력단절 막막해요"...아빠들의 '특별한 반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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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육아휴직, 경력단절 막막해요"...아빠들의 '특별한 반상회'

입력
2021.08.14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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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는 육아하는 아빠들의 고충을 나누는 '육아빠 반상회'가 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13일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는 육아하는 아빠들의 고충을 나누는 '육아빠 반상회'가 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3년간 아이 키우고 채용면접 갔더니 '최근 3년 성과'를 묻더라고요."

"내년에 아들이 유치원 들어가서 제가 육아를 맡으려 하는데, 주변에선 절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으로 봐요."

육아하는 아빠들이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이다. 각자 사연도, 사정도 다 다르다. 누구는 스스로 주 양육자의 삶을 택한 뒤 경력이 끊기는 경험을 했고, 또 다른 이는 육아휴직과 함께 뻔히 보이는 경력단절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온 바람은 같았다. '지금보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더 편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일과 가정,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시선

'육아빠 반상회' 소개 이미지. 프로젝트퀘스천 제공

'육아빠 반상회' 소개 이미지. 프로젝트퀘스천 제공

13일 음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 채팅방 '육아빠 반상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의 청년 성평등 문화 플랫폼 버터나이프의 지원을 받아, 다양성 콘텐츠 후원 업체인 프로젝트퀘스천이 준비한 행사다. 육아하는 아빠 '육아빠'뿐 아니라 예비아빠 등이 모여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유용한 정보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날 반상회 회장은 육아빠 경력에서나, 전문성에서나 누구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이대양 웹툰작가(활동명 닥터베르). 그는 3년간 육아로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 박사과정을 이탈했다가 복귀해 공학박사 학위를 땄지만, 연구소 취직이란 원래 진로를 틀고 작가가 됐다.

이 작가는 "면접 때마다 해외 파견 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 가족을 떠나는 상황이 생겨도 일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경력, 연구보다 가족을 택한 사람이란 낙인, 결국 일과 가정 중 양자택일을 묻는 시선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서울대 공학박사인 아빠와 산부인과 의사 엄마의 육아 이야기를 그린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소개 화면. 공학박사이자 작가인 닥터베르(이대양씨)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웹툰작가로 전향했다. 네이버 캡처

서울대 공학박사인 아빠와 산부인과 의사 엄마의 육아 이야기를 그린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소개 화면. 공학박사이자 작가인 닥터베르(이대양씨)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웹툰작가로 전향했다. 네이버 캡처


남성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장벽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육아휴직을 장려한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 2019년 직장인 부모 중 육아휴직을 쓴 비중은 8.4%에 그쳤다. 남성 육아휴직률은 고작 2.2%다. 남성의 자유로운 육아휴직은 아직 먼 얘기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란 말은 익숙해도 '경단남'이 낯선 건, 그만큼 남성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하고, 이를 무릅쓴 이들이 겪는 문제도 좀처럼 조명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업규모별 육아휴직 비율.

기업규모별 육아휴직 비율.

6개월 육아휴직 후 올 3월 복직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반상회에서 "지방 소도시라 남자교사 육아휴직 사례가 전혀 없다가 재작년 후배 하나가 1호로 물꼬를 텄지만, 그때도 '왜 아내가 아니라 네가 하냐'라는 반응들이었다"며 "지금은 좀 나아져서 남교사들이 6개월씩은 육아휴직을 간다"고 말했다. 육아하는 아빠를 백수쯤으로 보는 사회 시선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와중에 터진 코로나19 유행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휴원은 맞벌이 가정을 압박한다. 아이를 맡길 데를 찾지 못하면 경력과 육아 중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선택권조차 없는 상황도 있다. 타의로 육아를 택한 B씨 역시 앞으로의 경력 고민이 크다. 그는 "공연쪽 일을 하다 강제로 경력이 단절됐고 1년 반째 육아 중"이라며 "벌이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육아 전문 인플루언서로 나가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했다.

"'다름'에 인색한 사회 인식이 문제"

육아로 인한 경단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기엔 아직 그 비중이 미미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육아빠들 사이에선 대단한 담론이나 정책적 보호장치보다는 인식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대양 작가는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지만 우리 직원은 육아 때문에 일에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모순적 시각이 많다"며 "보통과 다르다고 해서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 취급하기보다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시작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투자와 배려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육아빠 반상회는 9월 3일까지 매주 금요일 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김지환 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대표가 전하는 미혼부 현실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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