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법원에서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징용 배상은 한일협정에 따라 해결됐다"며 판결 이행을 계속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제철은 한국법원의 자산압류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즉시항고가 전날 대구지법에서 다시 기각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고 12일 NHK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국가 간 정식 합의인 일한(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일한 양국 정부의 외교교섭 상황 등을 토대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징용 배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허용하지 않으면 한국 대법원의 배상 명령에 계속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한국대법원은 일본 강점기의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18년 10월 1억 원씩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가 포함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 협정에 부합하는 해결 방안을 한국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맞춰 한국대법원의 판결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자 징용 피해자인 원고 측은 손해배상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비상장 한국 내 합작법인인 PNR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기준 4억537만5,000원)를 매각해 현금화하겠다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 2019년 1월 3일 PNR 주식 압류 결정을 내리자 일본제철은 매각 관련 절차의 중단을 요구하는 즉시항고로 대응했다. 그러나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8월 이후 일본제철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법 민사2부(이영숙 부장판사)도 11일 일본제철의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만큼 이를 전제로 한 채무자(일본제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압류명령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어 항고는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징용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압류된 주식을 현금화하려면 압류명령과 별도로 특별현금화명령(매각명령)이 있어야 하고, 채권자들의 매각명령 신청에 따라 관련 재판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고 측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경우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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