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마트, 간편식품=편의점' 공식 깨져
재난지원금 ·근거리 소비에 편의점 매출 '쑥'
손님 뺏긴 마트 '한숨'…"5차 지원금 타격 있을 것"
편의점이 장보기까지 가능한 '동네마트'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해부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수요가 늘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공산품은 마트, 간편식품은 편의점'이라는 공식도 깨졌다"며 "최근엔 편의점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장보기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에 고객을 뺏긴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줄어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선식품 팔고 대용량 상품도…'마트화'하는 편의점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전체 유통업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7.3%로 대형마트(15.1%)와 백화점(16.3%)을 뛰어넘었다. 특히 '집밥' 문화가 확산하면서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편의점 채소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CU(29.6%), GS25(47.8%), 세븐일레븐(43.3%), 이마트24(34%)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과일도 CU 40.1%, GS25 44.7%, 세븐일레븐 62.5%, 이마트24 36%씩 매출이 증가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근거리 소비가 늘면서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매출이 뛴 것으로 보고 있다. 1020세대가 소비의 주체였던 과거와 달리 매년 중장년층의 편의점 이용이 증가하는 것도 매출 비중이 높아진 요인이다.
이에 편의점들은 장바구니 품목을 확대하고 최저가 전략을 구사하며 마트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GS25는 채소와 과일 품목을 각각 100여 종까지 늘렸고 매월 3, 4주차 '프레시위크'라는 신선식품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때마다 채소, 과일 매출이 직전 2주 대비 최대 10배까지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4월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론칭한 세븐일레븐은 주택가 상권 위주로 점포 수를 560여 개로 늘렸다. 올해 안에 1,000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1, 2인 가구 중심의 소용량 제품에서 4인 가구를 위한 대용량 제품으로 주력 상품이 바뀐 것도 최근의 변화다. 편의점마다 컵얼음보다 봉지얼음 판매를 확대하고, 팝콘 등 자사 브랜드(PB) 과자도 500g 대용량으로 출시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한컵과일 등 소용량 제품 위주로 비싸게 팔았다면, 소비층이 확대된 지금은 과일을 한 박스나 통째로 팔아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5차 재난지원금 앞두고 '긴장'
장보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편의점에 유입된 계기는 지난해 5월 풀린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편의점에서 한우 매출이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점포 수만 따져도 전국 500여 개밖에 안 되는 대형마트에 비해 편의점은 브랜드당 점포 수가 1만 개에 달해 접근성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대형마트의 하소연이다.
올해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대형마트는 사용처에서 제외될 전망이라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은 추석선물세트 판매를 강화하는 식으로 마트에서만 할 수 있는 전략과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어떻게든 덜 아프려고 가드를 올리고 있지만 타격이 없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편의점·마트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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