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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엔 절절 매더니… 中, 리투아니아 몰아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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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엔 절절 매더니… 中, 리투아니아 몰아치는 이유

입력
2021.08.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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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밀착 리투아니아에 대사 소환 엄포]
①"반중 십자군운동 영합", 눈엣가시에 본때
②만만한 사이즈, 中 인구 500분의 1 소국
③‘단교’까지 거론, 대만 반사이익 우려 주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중국 대사관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빌뉴스=EPA 연합뉴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중국 대사관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빌뉴스=EPA 연합뉴스


“외교 사안에 관여하지 않고 권한도 제한돼 서비스 업무만 취급할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



지난해 8월 프랑스가 남부도시 엑상 프로방스에 대만 대표처를 추가로 개설할 당시 중국의 반응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외교적 돌파구를 열었다”고 자평하자 중국은 “대만의 자화자찬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프랑스를 향해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프랑스를 방문하기 직전 뒤통수를 맞았는데도 확전은커녕 화를 누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①눈엣가시에 본때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하지만 대만과 상호 대표처를 설치하려는 리투아니아를 향해서는 거리낌이 없다. 중국 환구시보는 11일 “단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중국 외교부가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며 리투아니아에 같은 조치를 요구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리투아니아는 중국엔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올해 들어 정치, 경제, 인권, 보건 등 전방위로 중국을 자극했다. 2012년 출범한 중국과 중ㆍ동유럽국가(CEEC) 간 ‘17+1’ 경제협력체에서 5월 탈퇴했다. 앞서 2월 화상회의를 주관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9년간 양측의 교역은 85%, 관광객은 4배 늘었다”며 공을 들였지만 보란 듯이 중국에 등을 돌렸다. 3월에는 미국과 합세해 중국의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요구했고, 5월 리투아니아 의회는 신장위구르 인종학살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들어선 새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가치동맹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중국이 “반중 십자군운동에 영합했다(글로벌타임스)”라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다. 코로나 백신 부족에 허덕이던 대만에 2만회 분을 제공해 중국 ‘백신 외교’에 생채기를 냈다. 신창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소장은 “리투아니아 대사 소환 결정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상황을 오판해 같은 전철을 밟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②만만한 사이즈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지난달 20일 리투아니아와 상호 대표처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지난달 20일 리투아니아와 상호 대표처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이미 대만 대표처를 설치했다. 중국이 유독 리투아니아를 공격하는 건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발트해 소국 리투아니아 인구는 280만 명으로, 중국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 매체들은 “올해 1~4월 리투아니아와의 교역액은 8억457만 달러(약 9,287억원)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고 강조했다. 대만과 리투아니아 간 교역액(4,590만달러)보다 17배 많다. 중국이 프랑스를 대할 때는 찾아볼 수 없던 수치 비교다.

다만 경제력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중국의 상투적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리투아니아 전체 교역 규모는 474억 유로(약 64조 원)에 달해 중국과의 무역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특히 리투아니아의 대미 수출액은 14억5,000만 달러인 반면, 대중 수출은 4분의 1인 3억5,700만 달러에 그쳐 수치상으로 중국보다 미국이 더 중요한 무역파트너다. 이에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만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③실제 ‘단교’까지 갈까

지난달 29일 워싱턴에 도착한 친강 신임 주미 중국대사.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지난달 29일 워싱턴에 도착한 친강 신임 주미 중국대사.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중국이 대사를 소환한 최근 사례는 1995년이다.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에 반발해 주미대사를 불러들였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리투아니아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했다”면서 “대사 소환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사 소환을 넘어 실제 ‘단교’라는 최고 수위의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대만의 반사이익이다. 중국의 집요한 물밑공세로 대만 수교국은 15개국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중국이 관계를 끊는다면 리투아니아는 대만과 대표처 수준을 넘어 수교 단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리투아니아는 연말 대표처 설립에 맞춰 외교부 차관을 대만에 보낼 예정이다.

더구나 중국은 대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주미대사가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후임자를 미국에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 반면 주중 미국대사는 지난해 10월 이래 10개월째 공석이다. 중국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리투아니아와 대립을 자초한다면 그 뒷배인 미국과도 직간접적인 충돌이 불가피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와 중국의 대사 소환, 철수 조치에 대해 미국은 리투아니아와 연대하고 있다”고 중국에 날을 세웠다.

한편으로 중국은 베이징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즉각 추방하지 않고 리투아니아 정부를 향해 일단 자국 대사 소환을 촉구하는데 그쳤다. 이에 극단적 상황을 피하고자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류줘쿠이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주임은 “대사를 소환하는 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이며 외교적으로도 드문 행위”라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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