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메타버스(metaverse)가 연예계에도 스며들었다. 스타들은 컴백을 기념해 가상 공간에서 팬들과 깜짝 팬미팅이나 팬사인회를 열고, 게임 속 가상 공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작업실이나 무대 세트장 등을 구현해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메타버스'의 시대다.
메타버스란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실 세계와 동일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통용되는 가상 세계'로 여겨지고 있다. 단순한 가상 공간을 넘어 현실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6일 3년여 만의 새 미니앨범 '1/6'으로 컴백한 선미는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와 손잡고 메타버스 세계관을 적극 활용한 프로모션에 나섰다. 전 세계 3억여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페토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으로, AR 아바타를 기반으로 국내외 유저들이 SNS 활동부터 경제 활동까지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한다.
선미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인 컴백 전 '컴백 페스티벌 맵'을 개설했다. 이 곳에서는 해당 맵에 숨겨둔 새 미니앨범의 미공개 티저 사진을 찾는 이벤트가 진행됨과 동시에 각 유저들이 선미가 컴백 티저 속에서 입은 의상과 소품도 착용해 보거나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문화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MZ 세대가 뜨겁게 반응 중인 플랫폼을 활용한 만큼, 트랙리스트나 타이틀 곡명, 음원 일부 등도 제페토에서 가장 먼저 공개하며 프로모션 효과까지 겨냥했다. 또 지난달에는 선미가 직접 자신의 AR 아바타 '선미'로 제페토에 접속해 팬들과 깜짝 팬미팅을 진행하며 보다 가까운 소통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데뷔 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블랙핑크는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을 택했다. 지난 6일 블랙핑크는 '동물의 숲' 속 가상 세계에 자체 섬인 'InYourArea'(인유어에리아)를 열었다.
'동물의 숲' 유저라면 누구나 방문 가능한 해당 섬에는 블랙핑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장소로 화제를 모았던 '블핑하우스'를 비롯해 'THE SHOW'(2021) 공연장, 'Kill This Love' '마지막처럼' 'Ice Cream' 뮤직비디오 속 세트 등 다양한 무대가 구현됐다. 또 YG엔터테인먼트 신사옥 내 녹음실, 댄스 연습실 등 블랙핑크가 실제 작업하고 지내는 공간까지 현실감 있게 재현됐다.
이는 블랙핑크 데뷔 5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로, 코로나19 시국 속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 팬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블랙핑크는 이미 제페토를 통해 신개념 팬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 도전을 이어온 바, 이들이 새롭게 선보인 '동물의 숲' 프로모션 역시 현재 가장 핫한 트렌드를 흡수하고 쌍방향 소통을 통한 팬층 다지기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메타버스를 단순한 프로모션 개념이 아닌 그룹 자체의 세계관에 접목시켜 보다 광범위한 활용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그룹 에스파다.
에스파는 AI 기술로 구현된 아바타 멤버인 '아이'와 네 명의 실존 멤버들이 싱크를 통해 소통한다는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로 데뷔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데뷔곡 '블랙맘바'를 시작으로 최근 흥행에 성공한 '넥스트 레벨'까지 뮤직비디오 및 음악 방송 등 무대를 불문하고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한 세계관을 이어오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관을 접목시킨 가요계의 새 문화 트렌드는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말에서도 묻어났다. 에스파의 데뷔 당시 이 회장은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와 A.I.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소개와 함께 SMCU(SM Culture Universe)의 첫 주자로 멤버들을 소개했다. SM은 향후 SMCU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없이 전 세계가 문화로 연결된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세상, 함께 미래 세계관이자 메타버스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목표다.
이수만 회장뿐만 아니라 현재 K팝 시장을 선도 중인 주요 기획사들 역시 메타버스 세계관을 주목 중이다. 그 시작은 각 소속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하이브), '디어유 버블'(SM, JYP 등)에서부터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 중인 제페토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향후 몸집을 불릴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 제트에 각 소속사들이 투자한 금액은 하이브가 70억 원, YG인베스트먼트와 YG플러스가 50억 원, JYP엔터테인먼트가 50억 원 가량이다.
정부 역시 상대적으로 뒤처진 국내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백 억 원대의 예산을 편성하며 국내 메타버스 시장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연예계에서도 코로나19 시국, 물리적인 거리나 스케줄과 관련한 문제, 글로벌 팬덤과의 소통책 마련 등을 위한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풀어나가야 할 지점도 있다. 메타버스의 활성화로 인해 발생 가능한 범죄, 가상 화폐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불법 거래, 확장되는 메타버스 세계관 속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에서의 혼란 등에 대한 대안책은 산업 확대와 발맞춰 마련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합당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긍정적인 메타버스 활용을 이어나갈 때, 메타버스는 진정한 연예계의 새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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