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출석해 구속영장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당장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절박하다. 10월 20일 예정된 총파업을 준비하겠다."
11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원에서 열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대신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선언했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대응이자, 설사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해도 이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 도심 집회와 후속 방역 조치 등을 두고 이미 정부와 대립각을 강하게 세워온 민주노총이라 정부와의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검찰은 양 위원장에 대해 집회와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불허에도 지난달 3일 조합원 4,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도심 집회를 강행한 사실 등을 문제 삼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집회 이전에 직접 민주노총 지도부를 찾아가 철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출석을 피하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받았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불출석이 정당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일 강행한 서울 도심 집회에 대해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들의 문제를 논의하고 싶었다"거나 "노동자·소상공인·서민을 쥐어짜는 방역이 아니라 재벌에게 고통분담을 강제하는 실질적 방역대책을 의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차라리 재벌존중정부라 솔직해지기 바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 정부가 그래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박에 해서는 "진정 그들과 비교하길 원하나라고 되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양 위원장의 출석 거부로 이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무산됐다. 앞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이를 집행할 수밖에 없고, 민주노총은 이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의 민주노총 사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사무실에서 위원장 업무를 수행하며 10월 20일 예정된 총파업을 준비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경찰이 강제로 밀고 들어오는 등의 파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때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진입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총파업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0월 20일 110만 명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양 위원장 "경찰 조사 과정에서 7월 3일 집회가 하반기 파업을 위한 전초전이었느냐, 하반기에도 총파업을 진행할 거냐 같은 걸 집요하게 캐물었다"며 "오늘부터 위원장의 활동은 제약되겠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쉽지 않은 길이 예측되지만, 전 조직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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