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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의 이중고

입력
2021.08.1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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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 앞에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한 시민들의 줄이 늘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 앞에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한 시민들의 줄이 늘어져 있다. 연합뉴스

‘최후의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이 폭증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라는 압력과, 고용보험의 문턱을 낮추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 코로나19 고용위기에 따른 실업급여의 지출은 역대급이다. 지난달 1조393억 원이 지급되는 등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월 지출 1조 원을 넘었다. 2017년 10조 원이 넘었던 적립금은 지난해 2조 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3조 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사보험료로 충당되는 고용보험 재정의 위기를 막기 위한 세금(일반회계) 지원은 올해 1조2,000억 원을 상회한다. 곳간이 넉넉해 육아휴직급여 지급까지 떠맡았던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를 올렸던 정부가 2년도 안 돼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건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 한편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등 실업급여를 못 받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비자발적 퇴사자로 제한된 지급조건을 완화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실업급여는 고용주가 사유를 ‘비자발적’이라고 확인해줘야 받을 수 있는데, 이 권한을 미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은폐하려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며 자발적 퇴사로 처리하려는 고용주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의 이런 갑질을 막기 위해 자발적 퇴사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노동사회단체들은 요구한다.

□ 재정 안정과 제도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재정 확충 말고는 해법이 없다. 자발적 퇴사자에게 실업급여를 주려면 당장 1조3,831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의 변동폭이 큰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확대도 재정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부정 수급 적발 등 재정 누수도 막아야겠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마침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공무원과 교사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을 공약으로 내놨다.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ㆍ교사 등 150만 명이 고용보험료를 분담하면, 보험료율 인상 없이도 한 해 2조4,000억 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사회연대’의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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