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캐 '디지스'로 변신한 록 밴드 푸 파이터스. 푸 파이터스 공식 인스타그램
얼너터티브 록 밴드가 디스코를 연주하고 대중적인 록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가 갑자기 1980년대 헤비메탈 밴드로 변신한다. 서른을 갓 넘긴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0년대 초에 히트한 곡들로 앨범을 채운다. 2021년 미국 팝음악 시장의 한 풍경이다. 10년 이상 영미권 팝계에 불고 있는 신스팝, 디스코 장르 열풍이 다양한 장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인 너바나 출신의 데이브 그롤이 이끄는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는 최근 부캐(실제와 다른 캐릭터) '디지스(Dee Gees)'로 깜짝 변신해 디스코 앨범 ‘헤일 새틴(Hail Satin)’을 발표했다. 디스코와는 거리가 먼 록 음악을 연주해온 이들의 변신이어서 이들의 변신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새 앨범에서 푸 파이터스는 1970년대 디스코의 아이콘 비지스의 히트곡인 ‘유 슈드 비 댄싱(You Should Be Dancing)’ ‘나이트 피버(Night Fever)’ 등을 연주한다. 너바나의 드러머로 시작해 푸 파이터스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데이브 그롤은 “너바나의 앨범 ‘네버마인드(Nevermind)’에서의 드럼 연주는 디스코와 80년대 초 펑크(funk) 장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밝혀 팬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2년 전 토토의 ‘아프리카(Africa)’,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등 80년대 팝 음악을 커버한 음악으로만 앨범을 냈던 데뷔 30년차 밴드 위저는 1970, 1980년대 하드록 밴드, 특히 밴 헤일런에 경의를 바치는 앨범을 최근 발표했다. 제목도 ‘밴 위저(Van Weezer)’다. 첫 싱글 ‘디 엔드 오브 더 게임(The End of The Game)’은 밴 헤일런의 ‘이럽션(Eruption)’을, 또 다른 수록곡 ‘블루 드림(Blue Dream)’은 오지 오즈번의 ‘크레이지 트레인(Crazy Train)’을 오마주하며 선배 로커들에 대한 경의을 내비쳤다.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리버스 쿠오모는 “종종 공연에서 우리 곡 중 ‘비벌리 힐스(Beverly Hills)’를 연주할 때 음반에는 없는 기타 솔로를 넣곤 했는데 관객들이 아주 좋아하는 걸 보면서 빠르고 현란한 기타 연주를 다시 듣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존 메이어 새 앨범 '소브 록(Sob Rock)' 커버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1980년대 소프트 록 또는 AOR 스타일의 앨범 ‘소브 록(Sob Rock)’을 발표했다. 앨범 커버 이미지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전형적인 80년대 초 소프트 록이나 요트 록(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까지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백인 중산층이 즐겨 듣던 성인 취향의 가볍고 도회적인 록)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 에인절 올슨은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Gloria)' 등 1980년대 히트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EP(미니앨범)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영미권 대중음악 시장에서 1970년대 후반~80년대 말 디스코 팝, 신스 팝의 재유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두아 리파, 위켄드, 레이디 가가, 브루노 마스, 마일리 사이러스 등 톱스타들은 앞다퉈 디스코팝, 신스팝을 발표하고 있고, 인디 록 밴드들은 80년대로 돌아가 포스트펑크, 신스팝을 연주하고 있다.
70년대 후반의 영향도 일부 있지만 팝 시장의 레트로 열풍은 80년대가 주도한다. 흥미로운 건 2000년대 초부터 시작한 80년대 레트로 유행이 식을 줄 모르고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복고풍 유행이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시들했어야 할 80년대풍 리바이벌이 20년 가까이 이어지는 건 특이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NBC 온라인판은 최근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하며 “1980년대는 창작력과 기술적 혁신이 결합된 데다 시민권이 커지면서 표현과 재능의 다양성이 확대됐던 현대 시대의 르네상스였다"면서 팬데믹 시기에 안락하고 풍요로우며 희망적이고 낙관적이었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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