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하는 MZ세대 공략…체험 공간 확대
'고리타분' 이미지 벗고…제품 테스트 기회도
서울 한남동의 카페 맥심플랜트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커피 공정을 축소해 옮겨놓은 로스팅룸 '커피공장'이다. 지난 9일 찾은 커피공장에서는 연구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로스팅마스터가 기계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원두의 향미와 속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생두를 저장하는 9개 원통형 저장소의 로스터(생두를 볶는 기계)로 생두가 자동 투입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1층에서 커피로 내려져 손님에게 제공됐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기업은 맥심 믹스커피를 만드는 동서식품이다. 카페를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3년간 누적 방문객이 50만 명에 이른다.
MZ세대 유인하려면…'체험의 가치' 초점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됐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역으로 '체험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오프라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렇다 할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기업들의 카페나 식당 도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라면과 즉석식품 등이 주력인 오뚜기는 작년 11월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레스토랑 '롤리폴리 꼬또'를 운영하고, 베지밀로 알려진 정식품은 지난 6월 중구에서 '넬보스코 남촌빵집'을 열었다. SPC그룹도 카페 'HIVE한남'을 선보였다.
방식은 조금 달라도 모두 소비의 주체가 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경험과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그들의 성향을 감안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 확대라는 직접적인 효과보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소통방식을 바꿔가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롤리폴리 꼬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입소문을 타면서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되 '진라면 우삼겹&파채'(5,800원) 등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여 소비자와 교감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시식 등이 어려워진 마케팅 환경이 이 같은 시도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인 이유로 '위기감'을 꼽는다. 대형마트에서 시식을 권유하거나, 백화점 홍보관을 운영하는 식의 전통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유인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50여 년 된 회사이고 커피믹스를 오래 판매하다 보니 고전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우리만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체험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품화 이전 단계에서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매장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제품에 반영하기 전 신메뉴를 시도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매장 운영을 통해 얻는 여러 정보와 노하우를 기존 사업에 반영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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