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009년 '원포인트 사면'
당시도 경제계 체육계 청원 잇따라
이재용 가석방에 '우회 특사' 논란도
"보수정권 진보정권 모두 특별대우"
법무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하면서 "삼성가(家)는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12년 전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특사)과 겹쳐 보이는 탓이다. 모두 절차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지만, 형평성 측면에서 날 선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가 결정한 이 부회장 가석방은 삼성 오너일가의 '사면 또는 가석방'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에 앞서 이건희 회장이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및 2009년 경영권 편법 승계 사건 관련 유죄 판결에 대한 특사를 받은 바 있다.
올해 8·15 가석방 대상이 810명에 달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대기업 오너일가 중에선 사실상 유일하게 석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2009년 이건희 회장 특사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건희 회장만을 대상으로 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원포인트 사면’을 단행했다. 이 회장은 조세포탈 및 배임 등 혐의로 그해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됐는데, 불과 4개월 만에 특사로 형을 면제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이건희 회장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체육계 및 강원도민, 경제계 청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회장 특사를 심사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선 형평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국익 기여론'을 넘어서지 못한 채 안건은 그대로 통과됐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역시 당시 특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경제계와 지자체, 여기에 정치권까지 앞다퉈 '이 부회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선 60~70%의 찬성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 가석방을 승인하면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가석방 결정 기준인 '재범 가능성, 수형생활 평가' 외에 경제인으로서의 역할도 감안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물론 특사는 가석방과 달리 최종 결정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고 형 면제라는 특혜성 조치라는 점에서, 적법 절차로 결정된 가석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809명의 다른 이들과 함께 석방됐다는 점에서, '원포인트' 사면된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선 부자(父子)가 동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도 가석방된 사람은 지난 3년간 전체 가석방 대상자의 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특혜' 논란이 과도한 비판은 아니란 얘기다.
여기에 '5대 부패범죄'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실상 '우회 특사'를 선택한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및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 중인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석방됐다는 점에서 부친보다 더한 특혜를 받은 것이란 지적도 있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회장이 없으면 휘청이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지만, 이 부회장과 비슷한 조건에서도 석방되지 못한 기업인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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