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자재 받을 때도 을, 중간재 납품할 때도 을… '샌드위치 신세' 처한 중소기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원자재 받을 때도 을, 중간재 납품할 때도 을… '샌드위치 신세' 처한 중소기업

입력
2021.08.10 20:00
0 0

"원자재 값 40% 올랐는데, 납품단가는 10%도 안 올라"
중기 86%, 인상된 원룟값 납품가에 제대로 반영 못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원자재 가격은 40% 가까이 올랐는데, 납품단가는 5~10% 올랐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사이에서 손실을 떠안는 구조인 거죠."

대구에서 50년 동안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 업체를 운영해 온 A씨는 10일 본보와 통화에서 "업계에선 중소기업들이 한푼두푼 모은 돈을 원료 생산 대기업이 전부 빼앗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실제 A씨는 지난 5, 6월 석유화학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10% 인상된 가격에 원자재를 구입했다. 대기업들은 월초에 일방적으로 인상만 통보하고, 월말에 계산서만 끊어 간다. A씨는 "(협상 과정도 없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거래를 하는) 이런 법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단가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어려운 부분도 문제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보통 3개월 단위로 거래처와 납품단가를 조정해온 현재 유통 구조에서 버티기 어려운 형편이다. A씨는 "10년 이상 거래를 했던 곳도 납품 단가를 현실화해 달라고 하면,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바꿔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대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에 떠넘긴 채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기업을 원자재 구매처와 중간재 판매처로 둔 중소기업은 손해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하고, 다시 대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구매와 판매에서 모두 협상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중소기업들의 이중고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반영 여부 및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 중기중앙회 제공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반영 여부 및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 중기중앙회 제공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재 가격변동 및 수급불안정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고충이 그대로 드러난다.

먼저 중소제조업체 10곳 중 6곳(61.8%)은 원자재 생산 대기업의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다고 답했다. 구두협의를 거치는 경우도 21%에 그쳤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은 16.6%에 불과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 주기는 '수시'가 76.2%로 가장 많았다.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경우는 16.8%에 그쳤다. 반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탁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주기는 1년이 40.4%, 수시가 38.4% 순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과 시차가 존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도 힘들다. 응답기업의 43%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한 가운데 43.2%는 일부만 반영된다고 밝혔다. 전체의 86% 이상이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이런 상황은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응답기업의 49.6%는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감소폭은 평균 23.3%였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인데,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있다"며 "납품대금 현실화를 위한 원가연동제 등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