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자금 3,300억으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박삼구 “물의 일으켜 죄송… 아시아나는 분신”
그룹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지원토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삼구(76)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금호그룹 임직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소된 혐의에 대해선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조용래)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회장과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임직원 3명, 금호산업 법인의 첫 재판을 열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5월 구속기소된 후 3개월 만에 황토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끝나자, 박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을 살리고 이를 통해 아시아나 항공 및 계열사들이 그룹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누리도록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채권단 관리에 있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등을 금호그룹으로 다시 가지고 와서 기업가치 증대, 공적자금 상환, 고용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뒤이어 발언 기회를 얻자 “아시아나 항공은 설립 때부터 내 모든 것을 바쳐 온 분신 같은 회사인데, 아시아나와 계열사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니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사실에 입각해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회장 등이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채권단이 관리하던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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