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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다 숨진 14세 짐바브웨 소녀… '조혼 관행'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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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다 숨진 14세 짐바브웨 소녀… '조혼 관행' 비판 봇물

입력
2021.08.09 16:00
수정
2021.08.09 18:15
14면
0 0

부모 강요로 결혼... 의학 조치 없이 출산 중 숨져
현지 경찰, 사망 경위 등 수사... 국제사회도 분노
유엔 "아동 결혼은 범죄... 조혼 관행 즉각 철폐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조혼한 14세 소녀가 아이를 낳다 사망한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조혼한 14세 소녀가 아이를 낳다 사망한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짐바브웨 14세 소녀 메모리 마차야는 1년 전 부모의 강요로 결혼했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일 뿐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미래를 꿈꿔야 할 어린 나이였다.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었으나, 부모와 남편은 허락하지 않았다. 집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가사노동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나날이 이어졌고,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됐다.

10대 초반에겐 너무나 버거운 현실을 짊어졌던 마차야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결혼식을 올렸던 교회에서 아무런 의학 조치도 없이 아이를 낳으며 고통을 받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도 가족은 이제 아홉 살에 불과한 그의 여동생을 숨진 언니 대신 혼인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뿌리 깊은 ‘조혼(早婚)’ 관행이 야기한 비극이다.

여성ㆍ아동의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드러낸 ‘마차야 사망 사건’으로 짐바브웨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들끓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차야의 죽음에 깊은 애도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성년자 결혼 등 여성과 소녀에 대한 짐바브웨의 폭력은 강력한 처벌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뒤, △아동 결혼의 범죄 규정 △조혼 관행의 즉각적인 철폐 등을 촉구했다. 현지 경찰도 마차야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는 2016년 법률 개정을 통해 법적 혼인 최저 연령을 종전 16세에서 18세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어린 딸을 결혼시키는 가정이 여전히 많고 이를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조혼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유엔 조사 결과, 18세 미만 여아 3명 중 1명은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마차야 사건이 알려지면서 조혼 관습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짐바브웨 인권 운동가인 에버조이스 윈은 “짐바브웨에선 여성과 소녀들이 개인의 권리를 가진 완전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이 법 집행을 게을리하는 탓에 불법이 계속 자행되고, 이로 인해 소녀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차야의 가족과 남편의 처벌을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 ‘메모리 마차야를 위한 정의’에는 현재까지 5만7,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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