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 대통령' 루카셴코, 27년째 장기집권
폴란드·우크라 등 인접국가서 규탄 시위
부정선거 의혹 불구, '철권통치' 이어질 듯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 나라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에서도 열리고 있다. 그를 6선 대통령으로 만든 지난해 대선이 치러진 지 1년을 맞아서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27년 장기 집권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선 벨라루스 출신 망명자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가 루카셴코 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비판하며 시내 중심부에서 벨라루스 대사관까지 행진하는 집회를 열었다. 벨라루스 내에선 사용이 금지된 야당 깃발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도 벨라루스인 5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벨라루스는 유럽의 북한”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했다.
벨라루스 야권과 반(反)정부 세력은 지난해 8월 9일 실시된 대선의 결과가 루카셴코 집권 연장을 위해 조작됐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벨라루스 정부가 올해 5월 반정부 언론인이 탑승한 외국 국적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키는 등 야권 압박을 계속하자 분노는 더 증폭됐다. 지난 3일엔 벨라루스 당국의 탄압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던 반체제 인사 비탈리 쉬쇼프가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루카셴코 정권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도쿄올림픽 도중 코치진을 비난했다가 강제귀국 위기에 처한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누스카야가 “고국에 가면 난 감옥행”이라며 폴란드로 망명하는 등 벨라루스 탈출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잇단 반정부 시위에도 루카셴코 정부의 ‘철권 통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이날 “루카셴코 정권이 처음엔 흔들리는 듯했지만, 러시아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반격에 나섰다”고 전했다. DW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벨라루스에 5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양국의 밀월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민스크(벨라루스의 수도)의 더 뻔뻔한 행동을 가능하게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벨라루스의 독재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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