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늑장' 광주행?
한달 전 재판 당일엔 '골목 산책' 즐겨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9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한 이후 252일 만이다.
지난달 5일에도 항소심 재판이 잡혀 있었지만, 전씨는 출석하지 않은 채 집 앞 산책을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한국일보 카메라에 포착(▶뒷짐 지고 '뚜벅뚜벅'... 정정한 전두환, 골목 나들이)돼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회색 정장 차림의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83)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취재진에게 손을 한번 흔들고 미리 준비된 차에 올랐다. 한 달 전 '골목 산책'을 즐길 때는 나 홀로 정정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았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날 전씨 자택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 수십 명과 유튜버들이 경찰 펜스 주변으로 빼곡하게 모였다. 한 중년 여성은 "전두환은 5·18 학살 및 헌정 유린과 국가폭력 만행을 즉각 참회하고 사죄하라"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한 달 전엔 재판 당일, 골목길 나홀로 '꼿꼿' 산책
지난달 5일에도 전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지만, 전씨는 광주에 내려가는 대신 혼자 골목 산책을 유유히 즐겼다.
한국일보 카메라에 포착된 전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흰색 와이셔츠 단추를 맨 위까지 채우고 하늘색 재킷, 아이보리색 바지와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은색 구두까지, 마치 나들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화사하고 단정한 차림이었다.
누구의 부축도 없이 혼자서 꼿꼿한 자세로 잠깐의 골목 산책을 즐겼고, 분위기를 깬 기자를 노려보며 고함을 치는 등 한마디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500MD·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전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심에서는 인정신문과 선고기일 등 총 3차례 법정에 출석했으나,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에 줄곧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전씨는 이번에도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재판부가 "출석 없이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한 만큼 제재 규정에 따라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하자 출석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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