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 '프리 가이'
고층빌딩이 즐비한 대도시. 범죄자와 경찰 사이 추격전이 벌어진다. 경찰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사격을 하고, 도로는 난장판으로 변하는데,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강력 범죄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은행강도가 침입하자 매일 있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바닥에 엎드리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기이한 점은 또 하나 있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은 폭력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니고 있다.
도시 이름은 프리 시티.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아가는 주인공 이름은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평이해서 비현실적인 이름들이다. 관객들은 곧 알게 된다. 프리 시티는 게임 속 가상 도시이고, 가이는 게임 속 평범한 캐릭터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은 게임 이용자의 게임 속 캐릭터다.
가이는 어느 날 선글라스를 쓴 여인 밀리(조디 코머)의 노랫소리에 귀가 열린다. 꿈에 그리던 여인이라는 직감이 들어 밀리를 따라다닌다. 밀리는 가이가 말을 걸고 자신에게 계속 호감을 표시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다. 배경 역할에 불과한 게임 캐릭터가 이용자와 소통하려 하기 때문이다.
‘프리 가이’는 게임과 현실을 오간다. 게임 캐릭터가 진화하면서 게임 세계를 바꾸고, 게임 밖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게임 캐릭터와 이용자가 현실 속 악당 앙투완(타이카 와이티티)에 맞서 싸우는 과정도 흥미롭다. 특별하다 할 수 없는 소재와 인물로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전개하나 잔재미가 넘쳐난다.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는 밑반찬이 갖춰진 식사를 하게 된 기분이라고 할까.
라이언 레이놀즈의 웃음기 가득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그의 코미디는 새롭지 않은데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순박한 웃음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가이 역할에 맞춤옷처럼 맞는다. 지난 6일 화상으로 만난 레이놀즈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인상 깊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 가이’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조디 코머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게임과 현실에서 각기 다른 외모와 목소리를 보여준다. 그는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 시리즈로 한국 대중에게도 얼굴이 익숙하다. ‘프리 가이’는 코머의 첫 영화 출연작이다. 레이놀즈는 “코머는 10억 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 있는 배우”라고 너스레를 떨며 칭찬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모든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리얼 스틸’(2011) 등을 연출한 숀 레비가 메가폰을 잡았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그의 장기는 여전하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