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재팬 고해정 대표 "日 젊은세대 한국사랑 덕"
요즘 일본 도쿄 곳곳의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면 반드시 놓여 있는 한국산 가공식품이 있다. 입안에 불이 난 듯, 정신이 번쩍 드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농심 신라면만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웬만한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에는 불닭볶음면이 진열돼 있다.
매운 음식이 보편적이지 않은 일본에 불닭볶음면 바람이 분 이유는 뭘까. 지난 5일 도쿄 신주쿠구 소재 삼양재팬 본사에서 만난 고해정(52) 대표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2019년 1월 현지 법인 설립 당시만 해도 직원 없이 고 대표 혼자 시작한 삼양재팬의 매출액이 불과 2년 만인 올해 5배로 예상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은 '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건 거의 10년 전인 2012년이고 일본에도 한두 해 뒤부터 바로 수입됐다. 하지만 일본 법인이 없어 도매상을 통해 수입됐고, 수입품을 알리는 라벨을 붙여서 판매해야 했기 때문에 한인 마트나 대형 마트 등으로 판매처가 한정됐다.
하지만 홋카이도 출신 재일동포 3세인 고 대표가 일본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지역 슈퍼마켓 체인을 겨냥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오래지 않아 판매처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고, 이제 웬만한 슈퍼마켓에선 불닭볶음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일본인들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인도 매워서 쩔쩔 매는 라면”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을 선호하게 됐을까. 고 대표는 일본 MZ세대 젊은이들의 ‘한국 사랑’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일본 라면시장은 6조5,000억 원에 이르지만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중 1.5%에 불과하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라면의 매운 맛을 선호하는 층은 일부의 마니아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대세가 될 젊은 세대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고 대표는 “일본의 20, 30대는 정치와 무관하게 한국의 문화 콘텐츠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올해 6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도 무려 1,100명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면접 당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요리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지원자가 많았다고 한다.
3대째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고 대표는 재일동포 사회나 한국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도쿄한국학교의 이사를 10년째 맡고 있으며 이번 도쿄올림픽 때는 선수단을 직접 방문, 불닭볶음면 등 음식을 제공했다. 고 대표는 “신입 채용도 늘리고 좋은 기업문화도 만들어, 이곳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