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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경호처

입력
2021.08.08 18:00
수정
2021.08.08 21:02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경호처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2019년 당시 유연상 차장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경호처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2019년 당시 유연상 차장 모습. 연합뉴스

과거 군사정부 청와대 경호실은 위세가 대단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장차관을 호령하는 등 대통령 권력으로 호가호위했다. 청와대 직속으로 운용하는 대통령 경호조직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결과다. 서방 대부분의 국가는 경찰이나 국토안보부 소속 경호팀에서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다. 민주 정부 이래 위세가 크게 꺾였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여전히 그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

□ 최근에는 청와대가 경호처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양산 사저를 담당할 경호인력으로 65명을 증원한다는 것인데, 의무경찰 폐지로 방호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로써 김영삼 정부 이래 500명대를 유지하던 경호처 정원은 700명에 육박하게 됐다. 퇴임 대통령이 늘수록 경호 인력 증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유달리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효율적 운영 방안의 검토를 지시했다.

□ 민주 정부 아래서 대통령 경호조직은 축소 운영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김영삼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 경호 전문가를 경호실장에 임명하면서 군인 출신 일색의 경호실을 탈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찰청장 출신을 경호실장에 앉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관급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직제를 바꿨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호실로 격상되는 반동이 있었으나 문 대통령이 다시 바로잡았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국제표준에 맞추겠다며 청와대 경호실 폐지까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던 경호처는 폐지 대신 몸집을 불리며 되레 퇴행하고 있다.

□ 청와대 경호처의 공보조직도 특이하다. 홍보수석실이라는 엄연한 공식 기구가 있는데도 경호처는 국가안보실에도 없는 공보관을 운용하고 있다. 공보조직의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는 보도자료는 연간 평균 2~3건을 내다 올해는 한 건의 실적도 없다. 그러면서 경호처 정원 확대에 맞춰 공보관 아래 공보담당 직원을 충원하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거꾸로 가는 경호처가 아니라면 가능이나 한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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