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임원, 본지에 지배인 허위 경력 폭로
"실제 경력의 5배 이상 부풀렸다" 제보?
골프장 운영도 엉뚱한 청소업체에 넘겨
울진군, 업체에 '자격 미달' 통보했지만
여전히 골프장 운영...내년 개장 차질 우려
700여억 원의 원전 지원금으로 조성 중인 경북 울진군의 골프장 마린CC 관리운영권 수탁업체가 올초 공모 때 책임자의 경력증명서를 위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수탁업체 A사의 전직 임원 B씨는 8일 한국일보에 "당시 책임자인 지배인이 경력 2년을 겨우 넘긴 시점이었으나 공모에서 '책임자 경력' 항목의 최고점인 5점을 받기 위해 5배 넘게 부풀려 접수했다"며 "A사가 선정된 후 출자사들이 한 청소용역업체에 권한을 모두 넘기면서 수백억 원의 혈세로 지은 골프장이 부실하게 운영됐다"고 폭로 동기를 밝혔다.
B씨에 따르면 올 3월 마린CC의 관리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A사는 공모 당시 2년 2개월인 지배인 경력을 11년으로 허위 기재했다. 평가항목 중 5점이 배정된 '책임자(지배인) 경력'에서 3년 미만 경력은 2점이고, 7년 이상이 최고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것이다. 더구나 A사는 운영권을 따낸 후 마린CC 지배인에게 퇴사를 종용해 지난 6월 말 사직하도록 했다.
B씨는 "공모 당시 경쟁률이 30 대 1로 치열했고, A사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배인 경력을 부풀려 제출했다"며 "이는 명백한 공문서 위조로, 울진군과 경쟁업체에 피해를 준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B씨는 "A사를 설립한 3개 회사가 울진군과 운영 계약을 체결한 뒤 영세한 한 청소용역업체에 지분과 권한을 모두 넘겼다"며 "3개 회사 중 한 곳은 청소용역업체에 연간 2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다른 한 곳은 수익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권한을 양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한 곳은 청소용역업체에 운영권을 넘긴 두 회사의 압박으로 포기했다"며 "공모를 거쳐 선정된 수탁업체와 실제 운영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A사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위·수탁계약 체결 이틀 후인 지난 4월 28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전부 교체됐다. 바뀐 이사진은 경북 포항의 한 청소용역업체 대표와 임원이었다. A사 지분도 일부 청소용역업체로 넘어갔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울진군은 청소용역업체에 자격 미달을 통보했으나, 이 업체는 여전히 마린CC를 운영하고 있다. A사가 울진군에 제출해야 하는 계약이행 보증증권도 청소용역업체의 자산을 담보로 발급받았다.
당시 A사는 계약 후 10일 내 보증증권을 제출해야 했으나 신용보증기관 심사를 빨리 통과하지 못해 기한을 한 달이나 넘겨 제출했다. B씨는 "청소용역업체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건축 후 기부하기로 한 클럽하우스와 골프텔 공사도 진척이 없다"며 "이대로라면 올가을 임시개장은 고사하고 내년 3월 정식 개장도 못해 수백 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울진군 골프장에 엄청난 손실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골프텔과 클럽하우스 공사는 설계를 끝내고 착공하기 위해 해당 부서에서 인·허가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안다"며 "A사가 골프장 경기 진행요원도 일정대로 선발하는 등 차질 없이 이끌어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배인 경력 위조와 관련해선 "허위로 기재해 접수했다면 공문서 위조라 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울진 마린CC는 울진군이 원전 지원금 710억 원을 투입해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시행을 맡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7년 9월 착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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