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 수준 전기차 비중 50%로
전기차 행사에 테슬라 CEO는 불참
"머스크의 反노조 성향 부담" 관측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 이상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이 되도록 하겠다.”
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를 통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개한 포부다. 대선 공약인 ‘기후변화 대응’과 ‘기술 경쟁력 강화’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미다. 이 자리엔 미국의 전통적 자동차기업 ‘빅3’의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그런데 정작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머스크의 반(反)노조 경영 방침에 대한 불만과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30년까지 미국 신차의 50% 이상을 친환경 차량으로 채우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 배터리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등 무공해차(ZEV)로 재편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미국 신차 시장에서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이 3%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이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테슬라 부재’에 쏠렸다. 전기차가 주제인 국가 정책 발표 자리에, 해당 업계 선두주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탓이다. 이날 행사엔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의 모회사) 대표만 초대됐다. 이른바 ‘디트로이트 빅3’로 불리는 이들 업체는 전기차와는 거리가 있다. CNN방송은 “GM과 포드의 전기차 매출은 전체의 1.3~1.5% 정도이며, 스텔란티스는 아직 미국에서 완전 전기차를 팔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는 테슬라의 CEO는 물론, 회사 관계자 누구도 초청받지 못했다. 테슬라 전기차가 현장에 전시되지도 않았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의 74%를 차지하는 독보적 선두 업체가 테슬라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머스크도 트위터에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하다니 이상한 것 같다”는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백악관의 ‘테슬라 패싱’은 머스크의 반노조 성향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머스크는 노동조합 조직화에 나선 직원을 불법 해고하거나, 노조 가입을 시도한 직원을 위협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2018년엔 ‘스톡옵션을 구실로 직원들의 노조 활동을 막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친(親)노조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이날 초청된 3개 회사의 직원들이 대부분 미 최대 자동차노조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분석은 꽤 설득력이 있다는 평이다. UAW는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정부로선 테슬라 관계자를 초청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는 얘기다. 폴 스래식 영스타운주립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친노동ㆍ친노조 메시지를 보여 줬다”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과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었던 백인 노동자 유권자를 되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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