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일원화 후퇴는 홀로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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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일원화 후퇴는 홀로 가지 않는다

입력
2021.08.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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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법원은 버팀목이다. 권력이 전횡할 때, 소수자가 공격을 당할 때, 사회가 광풍에 휩싸일 때 법원이 버텨줘야 한다. 법원은 목소리를 높여서 자신을 드러내는 기관이 아니지만 소임을 묵묵히 해냄으로써 빛을 발할 때가 있다. 법원의 소임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인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위 말은 이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현실은 어땠을까? 법원은 버텨야 할 때 납작 엎드렸다. 군사정권 시절, 법원은 독재자의 폭력을 법으로 뒷받침해주고 고문 조작 사건을 잘 마감질해 줬다.

민주화 이후 법원은 독립을 외쳤다. 재판이 독립되어야 했고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법관이 독립되어야 했다. 그런데 사법 농단이 발생했다. 권력과 거래하는 단일한 주체로서의 ‘사법부’가 위세를 떨쳤다. 결국 군사정권 시절에도, 민주화 이후에도 법원은 인권의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법원은 해방 이래 피라미드적 관료조직을, 승진 욕망을 부추기는 서열주의를, 순혈주의와 특권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법원 내 도제 시스템은 독립된 판사의 심성보다 ‘내가 모신 부장님’으로 상징되는 스승과 제자의 심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심성이 관료주의, 서열주의, 순혈주의와 시너지를 일으켰을 때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높은 서열에 있는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법원장의 의견이 정답이 되고 판결에도 영향을 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를 활용했다.

법조 일원화는 이와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법원 내부의 문화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이 판사가 되어 순혈주의, 관료주의에 찌든 법원을 바꾼다는 목적이 있었고 지금과 같은 방식의 도제 시스템을 탈피한다는 방향 전환이 있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법조 일원화가 요구하는 판사 임용 최소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관 지원자 수 감소를 이유로 법원이 먼저 주장했고 법안소위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다. 법조 일원화 취지에 맞지 않는 시험 위주 판사 임용 방식이 지원자 수에 미친 영향은 질문되지 않았다. 원인이 결과인지 결과가 원인인지 분석되지 않았다. 5년으로 완화하면 관료주의, 서열주의, 순혈주의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은 토론되지 않았다.

사법 농단 이후 법원 개혁은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다. 대법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관료주의, 서열주의의 뼈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법조 일원화 연차가 5년으로 완화된다면 도제식 시스템도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전보다 조금은 완화되겠지만 순혈주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후관예우라는 좀 더 확장된 특권구조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사법 개혁은 후퇴하고 없애려고 했던 병폐들은 자리를 지킬 것이다. 법조 일원화가 후퇴할 때 홀로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선영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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