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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에 에어팟을 꽂고 나와?

입력
2021.08.06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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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경기 결선에서 열연하는 일본 호리고메 유토 선수.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경기 결선에서 열연하는 일본 호리고메 유토 선수.


“저 선수 귀에 꽂은 거 말이야. 설마 에어팟이야?”

스케이트보드를 올림픽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수만 관중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듣고 자란 내게, 코로나 시대 무관중의 올림픽은 어색했다. 게다가 올림픽이라면 응당 고대 그리스가 떠오르는 승마, 양궁, 펜싱, 체조가 아닌가. 홍대 거리에서나 보던 스케이트보드라니! 저것은 또 무엇인가? 선수가 몸에 문신을 했어? 캡모자를 쓰고 나와? 떨어진 거 설마 핸드폰이야?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경기를 해? 올림픽 나오면서 귀에 에어팟을 꽂았어? 에~어팟을?

내 안의 유교걸이 둠칫둠칫 꿈틀거렸다. 오호통재라! 신성한 올림픽에서 저 무슨 태도인고. 뒷짐을 지고 혀를 끌끌 차고 싶었으나, 내 손은 어느새 검색하고 있었다. ‘스케이트보드 뱅상 밀루 멜빵 바지 구매처’라고. 과연 SNS는 이미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의 옷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스케이트보드 경기장에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헛기침을 하며 뒷짐을 지기에는, 보드에서 넘어지고도 활짝 웃는 그들의 미소가 너무 근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도쿄올림픽 신규 종목으로 스케이트보드, 서핑, 스포츠 클라이밍 등을 채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하나는 세계적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자유롭고 익스트림한 특성이 MZ세대의 선호와도 잘 맞는다. 두 번째는 생활스포츠에서 비롯된 종목이 많다는 점이다. 스케이트보드는 계단, 난간, 벤치 등의 길거리 구조물 사이에서 기술을 펼치거나, 경사를 이용해 공중에서 묘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서핑은 ‘취미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 시대 삶의 방식을 반영한 스포츠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처럼 타기 좋은 파도가 드물게 오는 곳에서 서핑을 즐기려면 말 그대로 ‘언제나 바다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에, 열정적인 서퍼들은 아예 바다 근처에 일자리를 잡기도 한다.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하나의 텔레비전으로 올림픽을 보던 시절, 스포츠에서 각광받는 스토리는 ‘난관을 극복한 오디세우스 서사’였다. 라면만 먹고 금메달을 땄다는 임춘애 선수의 눈물겨운 이야기와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한 박상영 선수의 미담이 쏟아졌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역경을 딛고 바로 선 위대한 인간 극복 서사! 그러나 이제는 필요한 부분만 잘 도려내어 각색한 성공 신화 인기는 시들하다. 쿨하게, 근사하게, 힙하게, 재밌게 보이는 스포츠를 내 방에서 핸드폰으로 보며, 댓글창에 응원을 남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잠시 출전을 포기한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도 ‘국가나 단체보다 개인의 정신건강이 우선’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십 년 전이었다면 그의 기권은 용기보다는 ‘단체에 대한 무책임’이라 평해지지 않았을까?

청년들은 지금의 삶을 희생해서 언젠가 다가올 멋진 미래를 맞이하는 서사가 지겹다.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에서, 근사하게 논다고 해서 내일의 삶이 엉망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인간 극복 서사를 빼놓을 수 없던 진지하고 엄숙한 올림픽. 그곳에 나오면서 알록달록한 문신 위에 멜빵바지를 걸쳐 입은 스케이트보드 선수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박초롱 딴짓 출판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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