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 남자 단체전, 일본에 1-3 패배
제1경기 복식 패배 뒤 분위기 전환 실패
"최선만 다해선 안 돼… 외국 탁구 더 배워야"
"상위 랭커들과 겨룰 기회 더 많아졌으면"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이 일본에 패하며 동메달을 놓쳤다. 리우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노메달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세계의 벽은 오히려 더 높아져 있었다.
이상수(31·삼성생명) 정영식(29·미래에셋증권) 장우진(26·미래에셋증권)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6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1-3으로 패하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가장 먼저 치러지는 복식 경기가 중요했다. 오상은 감독은 복식에 이상수 정영식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이한 3세트에서 듀스를 거듭하는 접전이 이어졌다. 결과는 패배였다. 일본의 5번째 게임 포인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13-15로 세트를 내줬다. 뒤이은 4세트는 우리 쪽 범실로 맥없이 무너졌다.
기세가 눌린 대표팀은 남은 경기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장우진은 일본의 '신동' 하리모토 도모카즈와의 제2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제4경기에선 미즈타니 준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다. 듀스 때마다 세트를 빼앗겼다. 장우진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과감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범실을 하더라도 자신 있게 해야 상대도 위축됐을 텐데, 안전한 선택만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 탁구는 혼합복식과 남녀 개인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남자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며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리우에 이어 이번에도 3, 4위전에서 메달을 놓친 이상수와 정영식은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답답하게 앞을 막고 있는 세계의 벽 앞에서 이제 변해야 한다고 느끼는 듯했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중국(30개)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 3개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한국 탁구는 더는 중국의 대항마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기록했던 한국이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를 마지막으로 개인전 메달을 못 땄다. 한국 탁구가 정체된 사이 세계의 벽은 더 높아졌다. 급성장한 일본은 이번 대회에 신설된 혼합 복식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밖에 여자 단체 은메달, 여자 단식 동메달, 그리고 남자 단체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를 마친 뒤 정영식은 '한국 탁구가 약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두 번째 올림픽이지만 메달은 정말 최선만 다한다고 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여기 나온 선수들은 모두 열심히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한국 탁구'에 머물러 있다. 좀 더 외국 탁구를 많이 배워와서 기술적으로 따라가야 이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막내 장우진도 "아무래도 저희는 세계 상위 랭커 선수들, 잘하는 선수들이랑 대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부분이 좀 개선되면 한국 탁구가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를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영식은 오랜 동료인 이상수에게 "우리 메달은 못 땄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히 후회 남기지 말고 인정하자"고 덕담을 건네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이상수는 "정말 후회 없이 노력했다.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우리만 아는 우리의 노력은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슬프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상은 감독은 "코로나19로 오픈대회 경기도 많이 못 하고 경기 감각도 떨어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우리 삼총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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